‘실종 네 모녀’ 22일 만에 시신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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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22일 만에 전남 화순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네 모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첫째딸 정선아(20), 둘째 진아(19), 김연숙(45)씨, 셋째 해아(13). [경찰청 제공]

서울 창전동에서 실종됐던 김연숙(45)씨와 세 딸이 10일 밤 전남 화순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납치 살인 용의자로 지명 수배됐던 전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씨도 이날 오후 한강에서 변사체로 떠올랐다.

이씨는 한강에 투신하기 전 유서를 광주광역시의 큰형에게 보냈다. 경찰은 수사대를 보내 전남 화순에서 시신들을 찾아냈다.

◇잇따라 발견된 시신들=김씨와 딸 정선아(20·대학생), 진아(19), 해아(13) 등 일가족의 시신은 전남 화순군 동면의 공동묘지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한 일용직 근로자가 ‘지난 20일 공원묘지 입구에 표지석을 세우려 하니 땅을 파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제보해 와 시체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곳은 광주 모교회 소속이며 이호성씨의 선친 묘소가 있는 곳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30분쯤 서울 용산구 반포대교와 한남대교 중간 지점 한강에서 보트를 타던 시민이 이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신모(34)씨는 “동생과 함께 고무 보트를 타다가 검은 비닐처럼 보이는 게 있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람이어서 곧바로 구조대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경찰서 이문수 형사과장은 “이씨가 상하의 모두 검은색 콤비에 검정 구두를 신고 있었다. 유서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품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오후 8시쯤 지문조사를 통해 숨진 사람이 이씨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신은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이씨가 시신 발견 12시간 전인 이날 새벽 3시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행이 알려지자 심리적 압박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추적=이씨는 내연 관계였던 김씨와 세 딸이 지난달 18일 실종됐을 당시 서울 창전동 김씨의 집에 있었다. 경찰은 이씨가 방바닥에 잉크를 뿌려 혈흔을 감추려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파트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이씨는 실종 당일 밤 아파트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대형 여행가방과 이불보 등을 옮겨 나간 사실이 확인돼 추적을 받아 왔다.

경찰은 실종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전남 화순 장전리의 야산에서 실종된 큰딸의 휴대전화 신호를 잡아냈다. 경찰은 이씨가 이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추적을 시작했다. 같은 날 호남고속도로 광주-장성을 지나던 이씨가 탄 승용차가 판독기에 촬영됐다. 경찰은 10일 이씨를 공개수배했다.

1990년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끈 4번 타자였던 이씨는 힘이 좋아 ‘삼손’으로 불렸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호타준족의 상징 ‘20-20 클럽(20홈런, 20도루)’에도 가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은퇴 이후 연이은 사업 실패로 파산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김씨 가족 모두가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정확한 살해 동기가 무엇인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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