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꼼꼼하고 신중하게 사람을 골라 쓰는 ‘심사숙고형’ 지도자다. 역으로 쉽게 인사를 하지 못한다. 서울시장 시절 행정2부시장 한 명을 고르는 데 4개월이 걸렸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캠프 대변인 임명에 3개월을 고민했다. 측근들은 “누가 이명박을 불도저라고 하느냐. 인사 할 때 보면 거북이다”고 농담 삼아 말한다. 최근 발표된 조각(組閣)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 작업도 그의 ‘거북이스러운’ 고민의 결과다. 특히 당선 후 한 달여간이나 고심한 끝에 한승수 총리 후보자를 택한 게 그렇다. 이 대통령은 한 후보자 지명 회견에서 “다양한 국정 경험을 가진 분”이라고 몇 차례 강조했다. 풍부한 공직 경험 때문에 한 후보자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최고경영자(CEO)로 거대 기업을 이끌고 서울시장을 지냈으면서도, 혹시 생길지 모르는 공직사회 장악력의 공백을 고민한 셈이다.
심사숙고만큼이나 이 대통령이 중시하는 게 실무 중심의 의견 청취다. 문제가 생기면 위아래 구별 없이 의견을 들어 해결책을 찾는다. 특히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의 말엔 언제나 귀가 열려 있다.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을 놓고 논란이 증폭됐을 때도 그랬다. 갑론을박만 벌어질 뿐 결론이 나지 않자 이 대통령은 “직급에 관계 없이 이 문제에 제일 정통한 사람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결국 실무 과장이 호출됐고 이 대통령은 실·국장을 모두 물리친 채 과장과 2~3시간 독대 끝에 결정을 내렸다.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들 중에 그간 이 대통령과 인연이 전혀 없는 이들이 기용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청와대 비서관도 면접 끝에 손수 골랐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해당 분야 전문가를 뽑다 보니 생긴 일이다.
정치권에선 그의 이런 스타일을 놓고 관상학적 해석까지 나온다. 그의 상대적으로 긴 팔과 날카로운 눈매가 ‘독수리상’이어서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친히 다스리고 챙김)형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오늘 새 대통령의 새 스타일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최상연 청와대 출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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