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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새 단장 타원형 탁자 … 바퀴 의자 … ‘실용 인테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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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립무용단 등 7개 팀 단원들이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는 ‘환영무’를 최종 연습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청와대는 24일 온종일 분주했다. 25일 공식 취임과 함께 청와대의 새 주인이 되는 이명박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바뀌면 청와대도 크고 작은 변화를 겪어야 한다. 새 대통령에게 일터이자 쉼터로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집무실 ‘희망 돼지’ 봉하마을로=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에는 돼지저금통들이 진열돼 있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선거자금으로 쓰라고 보내줬던 이른바 ‘희망돼지’ 중 일부다. 희망돼지들 옆에는 ‘팔아서 선거자금으로 써달라’고 한 지지자가 보내준 회사 근속 메달도 함께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런 ‘노사모의 추억’은 사라지게 됐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지난주 봉하마을로 이삿짐을 내려 보내면서 이 전시물도 함께 보냈다.

청와대가 퇴출 여부를 고민 중인 것들은 또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본관 세종실 앞에 놓여 있는 행정복합도시 모형이다. 노무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을 보여주는 이 물건을 새 정부에도 그대로 둘 것인지가 고민거리다.

청와대 관저에는 이 대통령이 기업인 시절인 1970년대 후반 프랑스 파리의 한 고미술상에서 구입했다는 무명 화가의 유화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 그림은 부부와 딸 셋, 아들 한 명을 그린 것으로 마치 대통령의 가족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전용 식기를 계속 쓸 것인지도 검토 대상이다.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이 새겨진 현재 식기는 89년 노태우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구입한 것으로 “바꿀 때가 됐다”는 소리를 들어 왔다. 만약 식기를 새로 맞추게 된다면 봉황 무늬는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너무 권위적”이라며 취임식 문양에서도 봉황을 뺐다.

◇구조변경 없이 집기만 교체=한때 이 대통령 측은 청와대 본관의 구조변경을 고려했다. 따로 떨어져 있는 비서실을 본관으로 옮겨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김백준 총무비서관 내정자는 “직접 청와대에 가보니 구조변경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의 살림꾼이다.

대신 본관의 일부 집기는 교체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분위기를 고압적으로 만드는 사각 탁자는 치우고 타원형 탁자를 놓아 그 한가운데 내 자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가운데 앉아 양쪽을 모두 살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이 대통령은 “의자도 바퀴 달린 것으로 바꾸고 회의장 한 켠에는 커피믹스 등 음료수도 준비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더 많은 이들이 끼어앉아 회의를 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 대통령 내외가 머물 관저도 공사는 하지 않고 가구도 대부분 그대로 쓸 계획이다. 도배도 새로 할 예정이지만 인수·인계 일정이 맞지 않아 아직 못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 내외가 해외출장을 가는 대로 새로 도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요리사는 아직 못 찾아=대통령 내외의 생활에 꼭 필요한 별정직도 바뀐다. 우선 대통령 전용 이발사는 소공동 롯데호텔 피트니스센터 소속이던 박종구씨가 새로 맡게 됐다. 박씨는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일주일에 1~2차례씩 이 당선인의 머리를 매만져 왔다. 대통령 전용 차량을 모는 운전기사도 바뀐다. 이 대통령의 차를 벌써 10년 가까이 몰아온 신용구씨가 3주간의 경호운전 교육을 마친 뒤 특수 개조된 ‘벤츠 S600 가드’를 몰게 된다.

청와대 주방을 책임질 요리사는 찾지 못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건강을 위해 입맛에 맞는 식사를 내는 게 중요한 만큼 주방요원의 교체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남궁욱 기자 ,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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