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라이벌열전] 쇠고기 vs 닭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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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vs 닭고기’. 둘 다 세찬(歲饌)인 떡국에 꿩고기 대신 들어가는 고기다.

닭고기는 모든 문명권에서 특별한 제한 없이 먹는다. 그러나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 국가에선 쇠고기 섭취를 금기시한다.

요리의 종류가 많기로는 닭고기다. 요리 왕국인 중국에선 닭의 모든 부위를 이용한다. 프랑스의 식품평론가 브리야 사브랑은 “요리사에게 닭고기는 화가의 캔버스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쇠고기는 적색육, 닭고기는 백색육을 대표한다. 그러나 닭고기의 모든 부위가 흰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인기 높은 다리살은 붉고 어둡다.

영양학적으로 둘의 두드러진 차이는 지방의 양과 질이다.

쇠고기 100g엔 지방이 1.9∼22.4g이 들어 있는데 부위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사태·안심·우둔·채끝이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은 부위, 갈비·등심이 많은 부위에 속한다. 닭고기의 100g당 지방 함량은 0.4(가슴살)15.2g(날개)로 쇠고기보다 적다. 쇠고기보다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는 것은 이래서다.

또 쇠고기의 지방은 살(근육) 사이에 고루 퍼져 있다.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마블링이 좋은 예다. 따라서 쇠고기에서 지방을 떼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반면 닭고기는 껍질 바로 밑에 지방이 몰려 있다. 미리 재어둔 양념 맛이 고기 속까지 스며들지 않는 것은 껍질 부위에 지방층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닭고기 지방은 껍질만 벗기면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지방의 질도 닭고기가 낫다. 쇠고기 지방의 주류는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 지방. 반면 닭고기엔 혈관을 보호하는 불포화 지방이 풍부하다(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소풍갈 때 가지고 간 닭고기가 점심식사 때까지 멀쩡한 것은 닭고기 지방이 대부분 상온에서 굳지 않는 불포화 지방이기 때문. 불고기 등 쇠고기 요리는 소풍 반찬감으론 적당하지 않다. 포화 지방은 금세 굳는다.

포화지방이 많은 쇠고기 등 적색육을 즐겨 먹으면 심장병·뇌졸중·동맥경화 등 혈관질환에 걸리기 쉽다. 또 적색육을 다량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암연구기금(WCRF)은 이를 근거로 적색육의 섭취를 주당 500g 이하로 줄이라고 권장했다.

단백질의 양과 질 면에선 ‘무승부’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둘 다 20g가량이다. 쇠고기의 단백가(단백질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는 80, 닭고기는 87이다. 비타민·미네랄·콜레스테롤 함량에서도 대동소이하다. 쇠고기가 우세를 보이는 것은 철분과 아연 정도다(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

이런 이유로 미국·유럽에선 쇠고기·돼지고기 등 적색육 대신 닭·오리·칠면조고기 등 백색육의 소비를 늘리자는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바짝 긴장한 쇠고기 업계가 대항마로 내놓은 것이 지방을 제거한 살코기(lean beef)다. 살코기는 지방(5% 이하)과 포화지방 함량을 대폭 줄인 것이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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