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매국노 지탄받는 宋秉畯증손 7천억臺땅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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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한제국 농상공부.내부대신을 지냈고 이완용(李完用)과 함께 나라를 일본에 판 친일매국노로 지탄받는 송병준(宋秉畯)의 후손이 전국에 흩어진 공시지가 5천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사회복지시설에 무상기증했다.
주인공은 송병준의 증손자인 송돈호(宋墩鎬.50.서울송파구잠실동)씨.그의 유산상속포기와 사회환원은 친일등 반민족행위로 권세와 부를 누린 사람의 후손중 처음이다.이태전 이완용의 후손들이선대의 유산을 되찾겠다고 법정투쟁까지 벌여 사회 의 공분을 샀던 행태와 대조되면서 우리사회의 묵은 숙제인 일제잔재청산,나아가 사회갈등 해소에 한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宋씨는 최근 모든 재산을 사회복지법인 숭덕원(崇德院.이사장 金健俊)에땅을 기증키로 합의,절차를 밟고 있 다.
10일 숭덕원에 따르면 宋씨가 기증키로 한 부동산은▲인천시북구산곡동 13,15번지외 5필지 30만평▲경기도고양시덕은동 219,271,260번지 50필지잡종지92만6천평▲강원도 금화군금난면 갈헌리산22번지외 11필지 임야 2백12 만3백40평등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5백20여만평.
시가로는 7천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는 큰 재산이다.
이들 부동산은 송병준이 한말 고위직을 역임하며 축적한 것으로최근 宋씨가 조상의 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들이 많다. 특히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93년 이완용 후손들의 재산되찾기움직임에서 힌트를 얻어 이완용내각에서 농상공부대신과 내부대신을지낸 거물 송병준의 기록을 총무처 정부기록보존소에 조회,확인해宋씨에게 매각을 권유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해방둥이로 태어나 평생을 매국노의 후손이라는 멍에에 짓눌려온 宋씨는 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멍에를 벗기로 결심했다. 그는 젊었을 때 중소기업에 근무하다 매국노의 증손자임이주위에 알려지면서 따가운 눈총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던져야했던 아픈 체험도 있다.
『역적의 아들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면서 호강을 누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宋씨가 기증한 부동산은 장애인들을 위한 국내 최초의 4년제 기술대학을 설립,운영하는데 쓰기로 宋씨와 숭덕원간에 합의됐다.숭덕원 관계자는 『宋씨가 우리 숭덕원에 재산을 기증하게 된것은 재산기증자를 찾기 위해 서울사무소를 근거로활동 중이던 金이사장과 우연히 만나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宋씨는 15평짜리 주공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다.그는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장애인의 교육재활과 의료재활에 보탬이 될수있어 기쁘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가족관계나 사진촬영등은 한사코 거부했다.
〈金泳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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