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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진단>성수대교 교통대책 문제점과 대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서울 강남.북을 연결하는 한강다리는 철교를 제외하면 모두 17개. 이용가능한 도로차선수는 양방향을 합해 87개차선,이제 성수대교를 빼면 83개다.그러나 도강(渡江)교통량은 매년 늘어89년 하루 평균 1백40만대,94년에는 1백85만대로 연평균5.7%씩 증가했다.
이 교통량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용량(容量.다리를 시속 40㎞정도로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의 차량통행량 기준)을 두배 이상넘는 수치다.
4차선인 성수대교에는 하루 10만5천대,전체 도강교통량의 5.7%가 통행해 교통량 순위로는 한강교량중 9번째다.그러나 이는 평면적인 비교다.더 중요한 점은 성수대교에는 화물차를 비롯한 대형차 통행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화물차.버스 등 대형차량은 운행할때 도로면적을 승용차보다 훨씬 많이 차지한다.이 면적을 기준으로 모든 교통량을 승용차로 환산해 비교하면 성수대교의 비중은 7%가 된다.또 다리 하부구조에 미치는 하중(荷重)을 기준으로 하면 훨씬 더 커진다.화물차 비중이 17%가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석도 의미가 적다.6~8차선인 성산.양화대교와 4차선인 성수대교의 처리 실적을 입체적으로 비교하는 지표는 총교통량보다 차선당 교통량이 더 설득력있다.이 지표는 성수대교가성산대교 다음이다.공교롭게도「게르버 트러스」형 식인 두 다리에교통량이 가장 많이 부하되고 있다.
이렇게 중요했던 성수대교가 끊어진 것이다.이제 이 교통량은 어딘가 다른 다리로 옮겨 가야 하고,따라서 더욱 극심해질 한강다리의 교통혼잡은 생각만 해도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그런데 서울시가 22일 발표한 교통대책은 어떤가.시내버스 노선을 동호대교로 변경하고,화물차가 이용할 주변도로와 교량을 방향별로 소개한게 전부다.한심하다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동호대교는 원래 성수대교 못지 않게 혼잡한 4차선 다리다.우회토록 한 대형버스 1백56대를 추가할 여유가 이 다리에 있을지 의문이다.7차선 한남대교도 출근때 남→북방향 평균운행속도가12.6㎞/h다.성수대교가 있었을 때도 영동대교 를 건너려는 차량행렬은 강변북로를 꽉 메웠었다.
이런 수준의 교통대책을 발표한 당국자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혹시 이들이 DB-18의 교량에 승용차 통행을 막고 그 자리를 화물차로 채우자는 아이디어를 낸 교통정책가(?)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
이번과 같은 미시적인 교통대책은 상식으로 내는게 아니다.전문적인 자료분석을 기초로 한 과학적인 정책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최소한 시간대별로 출발지~도착지간 통행경로를 차종별로 제시해야한다. 통행경로는 당연히 서울시 교통량의 총 통행시간을 최소화하는 도로망의 집합(集合)이어야 하고 꼭 서울시계(市界)내의 도로일 필요도 없다.아마 지리를 잘 아는 운전자들은 벌써 서울시가 제안한 노선이 아닌 외곽도로를 이용하고 있을 것이 다.
성수대교를 이용하던 화물차는 대부분 의정부지역.경인축.경수축간의 통행량이다.
지금까지 이런 교통량이 도시 한 가운데를 뚫고 다닌 것부터가잘못된 것인데 이번에는 더욱 도심 안으로 끌어 들이겠다는 발상이니 결국은 도시전체를 마비시키겠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경수(서울~수원)축 통행을 위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왔다갔다 하면서 동부간선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라는 방안보다는판교~구리간 고속도로의 통행방법을 개선한다든지,천호대교의 강북축 연결방법 개선을 집중 검토하는 방안이 오횅 려 더 효과적일수 있다.
경인축과 외곽국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더 연구할 필요도 있다.
출.퇴근시간대에 남북방향 화물차 통행억제 방안도 당연히 제안했어야 할 대안중 하나다.
하루 7만5천대에 달했던 성수대교 승용차 교통량을 우선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이 교통량이 다른 교량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전가(轉稼)의 영향이 심각하다면 아예 교통량 자체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줄일 교통량은 꼭 성수대교를 이용하던 교통량만이 아니다.이번사고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한강다리 교통량의 절반 이상을 줄이는게 서울 교통문제 해결의 실마리였다.
뭔가 벌써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서울시 책임자들은 시간만 벌고 있다는 느낌이다.
중요한 핏줄 한가닥을 끊긴 서울시.
피를 다른 핏줄로 돌려 봐야 과도한 압력에 무리만 생기고 결국은 전신이 마비,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수도 있다.임시방편의 미봉책보다는 중지를 모은 근본적인 대책이 오히려 지금 가능할 수도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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