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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대입수능] 변별력 높이려 영역마다 어려운 문항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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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내 딸, 고생 많았다.”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5일 오후 서울 이화여고 교문 앞에서 한 수험생 부모가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딸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2008학년도 수능은 6, 9월 모의고사에서 출제된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귀성 EBS 입시전문위원은 “대부분의 문제가 평소 모의고사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등급제로 시행되는 첫 수능이라 특정 등급에 수험생이 몰려 동점자가 속출하는 문제가 벌어지지 않도록 출제진은 영역별로 어려운 문항을 배치했다. 이 때문에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보다는 조금 어려웠고, 모의고사와 비교하면 다소 쉬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석록 메가스터디 평가연구소장은 “상위권 수험생들을 가르는 변별력은 확보된 시험”이라며 “그러나 중위권 대학을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등급 동점자가 많이 나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언어영역=시험 시간과 문항 수가 지난해 90분, 60개에서 올해는 80분 50개로 줄었다. 출제 지문은 문학과 비문학이 4 대 6 비율로 나왔다. 수험생들은 특히 비문학 지문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음절의 말소리를 개구도(開口度·입의 벌림 정도)에 따라 부등호로 표시하는 33번 문항에 많은 수험생이 당황했다. 말소리의 원리를 소개한 지문은 짧았지만 그것을 응용한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았다.

이 밖에 사회 분야나 기술 분야의 문제에서도 수험생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김인봉 잠실여고 교사는 “공공사업에 적용되는 사회적 할인율 결정 기준을 다룬 사회 분야 지문, 촉매 설계 방법을 설명한 기술 지문(21번) 등도 난이도 높은 문제였다”고 말했다.

 문학 지문에서는 김광균의 ‘와사등’, 김수영의 ‘수령’, 김만중의 ‘사씨남정기’ 등 익숙한 작품들이 출제됐다. 문학작품 중에서는 ‘한거십팔곡(권호문)’만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수리영역=가·나형 공통적으로 출제된 문제가 난이도 높은 문제였다. 최단 거리로 가는 경우의 수를 묻는 문항(14번)은 새로운 유형에 속한다. 기존 문제들은 바둑판 모양의 도로망을 제시했으나 이번 문제는 길이 변화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당황할 수 있는 문제였다. 직선과 로그함수 그래프의 교점을 이용하는 문항(16번)도 다소 어려운 문제였다.

이금수 EBS 대입전문위원은 “두 가지 이상의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법칙을 종합적으로 적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여럿 출제됐다”고 말했다. 수리 가형의 경우 공간도형과 벡터 단원의 문제가 지난해에 비해 쉽게 출제됐으며, 수리 나형에서는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경우의 수, 확률 통계 단원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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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영역=다양한 분야의 지문이 출제돼 독해에 걸리는 시간을 제대로 안배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곤란을 겪었다. 지문 중에서 ‘지위의 상징은 문화적 가치를 반영한다’는 내용(38, 39번)은 추상적 소재를 다뤘고, ‘원주민 문화에 대한 편견’을 다루고 있는 문제(45번), 물체의 인식을 다룬 내용 중 그림을 활용한 어휘 문제(29번)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수능에서 많이 다뤄졌던 문제가 또다시 출제된 것도 특징이다. 수의 일치(지시대명사, both·either, 주어와 동사의 일치) 등의 21, 22번 문항이 그런 사례다.
메가스터디 김진성 강사는 “전반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없었으나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가 많아 독해에 걸리는 시간을 제대로 안배했는지가 관건인 시험이었다”고 말했다.

◆사회탐구=교과서 개념에 충실해야 풀 수 있는 것으로서 시사와 관련된 문제가 주를 이뤘다. 세계지리와 한국 근현대사는 기존 유형의 문제들이 그대로 출제돼 난이도가 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지리는 그래프·도표·그림이 모의고사 때 출제된 문제를 응용한 것이었다. 경제지리 역시 모의고사에서 자주 출제되던 주제가 출제됐다. 정치에서는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 관련 문제가 다수 나왔다. 국가 간 통합 문제와 헌법재판제도를 다룬 문제도 있었다.

◆과학탐구=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 난이도와 비슷하거나 쉬웠다. 지난해 과학탐구 과목 중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물리Ⅰ·Ⅱ에서 대부분의 문항이 기출문제를 응용했거나 변형한 문제인 것으로 분석됐다. 생물Ⅰ은 평가원 모의고사나 수능 기출문제를 약간 응용한 수준이었으며, 유전의 확률적 개념을 물어보는 문제가 새로운 유형의 문제였다. 생물Ⅱ에서는 생태계와 생물군집 간 자료를 통한 자료 분석 문제만이 새로운 유형의 문제였다.

강홍준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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