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미리보는명승>축구 韓.日 결승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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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0월16일 제12회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이 펼쳐지는 히로시마 빅아치 메인스타디움.
파란색 유니폼의 일본대표선수들이 입장하자 스탠드를 가득 메운10만여명의 대관중이 『다카기』『이하라』를 연호하며 『2002월드컵은 일본에서』를 소리높여 외쳐댄다.마치 일본의 월드컵유치가 확정된듯한 분위기다.
뒤이어 비쇼베츠감독을 앞세운 빨간 유니폼의 한국팀이 등장한다.역시 무거운 표정들.『일본을 만나면 두배는 힘들어….』 짧은휘슬.한국의 선축이다.
일본은 1m88㎝의 장신 다카기와 나카야마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미우라를 대신해 투톱으로 나섰다.
최대식(崔大植.LG)이 짧게 밀어주자 황선홍(黃善洪.포철)이왼쪽 고정운(高正云.일화)에게 패스, 高는 왼쪽으로 파고들면서초반부터 공세를 편다.
그러나 일본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다.호리이케(DF)가 달려들고 하시라타니(DF)가 패스를 차단한다.스위퍼 이하라가 이끄는 수비진의 조직력이 갈수록 기세를 더한다.이하라와 다카기의 거리는 불과 40여m.속도감 넘치는 4-4-2시스템 압박축구가완연 성숙해진 모습이다.
밀고 밀리는 접전.홍명보(洪明甫.포철)를 게임메이커로 내세운탓인지 왠지 한국수비진이 미덥지 못하다.
아니나 다를까.전반 종료 1분전 홍명보에게 패스된 볼을 중간차단한 모리아스(MF)가 한국 문전에서 대기중이던 다카기를 겨냥해 길게 센터링한다.
볼이 문전을 향해 고공비행을 하는 순간 다카기가 기다렸다는듯불쑥 솟아오르며 헤딩슛,1점을 먼저 뽑는다.
전반전 1-0.후반들어 반격에 나선 한국의 거센 공격에도 일본의 방어벽은 좀처럼 흔들림이 없다.한국 전사들이 지친듯 가쁜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행운의 여신이 찾아든 것은 이 무렵.후반30분 페널티지역 왼쪽밖에서 귀중한 프리킥을 얻은 것이다.골문과는 35m.최대식이뒤로 물러서자 일본선수들이 두터운 벽을 친다.최대식이 오른쪽으로 짧게 찔러주자 홍명보의 오른발 롱슛이 작렬,일 본 골문을 가른다.1-1.
이어지는 일본의 매서운 공격.서너차례 간담을 서늘케하는 위기를 잘 막아낸 후 마지막 찬스가 찾아온다.
종료 1분전.다카기에게 패스된 볼을 낚아챈 강철(姜喆.유공)이 곧바로 고정운에게 연결한다.기습-.高가 중앙으로 대시하는 황선홍에게 빠르게 스루패스하자 黃이 침착하게 일본 GK 마쓰나가마저 제치고 슈팅, 천금의 결승골을 뽑아낸다.한 동안 일본징크스에 시달려온 한국축구가 일본망령을 떨쳐버리고 아시아 정상의권좌를 되찾는 감격의 순간이다.
2-1.『2002월드컵은 한국에서』를 외치는 한국응원단의 함성이 메인스타디움에 울려퍼진다.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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