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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증거 잡았다고 ‘게임’ 끝난 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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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옥소리 부부가 각각 다른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괴로운 심경을 밝히고 있다. 두 사람은 가정을 깨뜨린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며 맞서고 있다. [연합뉴스]

‘장미의 전쟁(The war of Roses)’. 18년간 살아온 부부가 어떻게 철천지원수가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최근 연예인 커플 박철·옥소리 부부의 상호 폭로전을 보면 ‘장미의 전쟁’ 수준을 넘어선다. 이들의 공방에서 이혼재판의 쟁점을 추려내 법적인 문제를 정리해본다.

“간통죄 고소” vs “무능력한 데다 부부관계도…”

부부는 상대방의 약점을 속속들이 안다. 이혼 법정에서 낯 뜨거운 ‘사실’들이 오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쪽 모두 크든 작든 잘못이 있게 마련인데, 대법원 판례는

“혼인생활이 깨진 데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도를 한 배우자와 경제적으로 무능한 데다 부부관계까지 피한 배우자 중 어느 쪽 잘못이 클까. 법원은 외도한 쪽의 책임을 무겁게 보는 경향이라고 가사전문 변호사인 김삼화 변호사는 말한다.

“그간 다뤄온 이혼 사건을 보면 외도를 한 쪽이 불리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과거에 바람을 피운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다시 다른 이성을 만났다면 정황상 의심할 소지가 있지요.”

서울가정법원 김영훈 판사는 다른 관점에 서 있다. 그는 “외도와 폭행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쁘다고 보느냐”고 되묻는다. “외도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잘못이지만, 폭행은 인간이 해선 안 되는 행동이라고 보는 판사도 있습니다. 재판부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지요. 경제적 무능도 열심히 했는데 일이 잘 안 된 것과 술이나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것은 다르게 봐야 하지 않을까요?”

김 판사는 ‘외도한 증거만 잡으면 게임 오버(Game Over)’라고 생각하는 일반적 통념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법원은 결혼기간 전체를 들여다봅니다. 문제 삼는 외도나 폭행만 보는 게 아니지요. 외도를 했다면 그것이 상대방의 문제에서 비롯된 ‘이유 있는 외도’였는지, 아니면 ‘이유 없는 외도’였는지 따집니다.”

이혼재판에서 ‘부정행위’, 즉 외도는 형사재판의 간통죄와 달리 육체관계를 맺었다는 증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부정행위는 간통보다 넓은 개념으로 부부의 정조 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는 입장이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의 집에 들어가는 사진, 비정상적으로 많은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통화내역 조회 결과도 증거가 될 수 있다. 부부관계를 장기간 하지 않는 섹스리스(Sexless) 문제는 부부만이 아는 사생활이어서 입증하기가 어렵다.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상대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주어야 한다. 20년 정도 결혼생활을 한 배우자의 위자료는 많으면 5000만원, 대개 1000만~2000만원 수준이다.

“엄마 자격 상실” vs

“아이, 절대 포기 못해”

“잘못한 쪽은 양육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육자를 정하는 것과 관계가 없다. 법원은 양육상태, 자녀의 성별·나이, 부모의 직업 및 재산, 자녀 양육에 대한 열의를 따져서 어느 쪽이 ‘자녀의 원만한 성장과 복지’에 적합한 환경인지를 판단한다.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전문 조사관이 양쪽 집을 방문하고 자녀를 면담한다. 법원 내 ‘면접 교섭실’에서 자녀와 부모의 관계를 관찰하기도 한다.

김삼화 변호사는 “현재 누가 자녀를 데리고 있는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한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관념 때문인지 어머니 쪽이 유리하다. 가사소송규칙에 따라 15세 이상의 자녀에 대해서는 양육자를 결정할 때 자녀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 요즘은 유치원생만 돼도 판사가 아이의 생각을 듣는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 “밥 먹을 때 누가 챙겨주느냐”며 구체적인 생활상을 묻는다.

김 판사는 “부모가 아이의 양육권을 갖기 위해 물량 공세를 펴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재판 중에는 아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원하는 것을 다 해줍니다. 영악한 아이는 따로 사는 아버지에게 e-메일로 ‘디카 모델’ 사진을 보내기도 하지요.”

‘현재 양육자’가 유리하다는 것을 이용해 상대방 집에 있는 아이를 몰래 데려오기도 하지만 오히려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재판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처음엔 양육권을 주장하다가 재판이 끝나기 직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따로 사는 부모가 내는 양육비는 일반 직장인의 경우 자녀 한 명당 ‘월 40만~50만원’ 선이다. 양육권이나 친권은 미성년자에 대한 것이어서 성년 자녀와는 상관없다.

“재산 분할해야” vs “다 내가 모은 돈”

재산분할도 누구의 잘못이 큰지와 관계가 없다. 대법원 판례는 “혼인 중에 부부가 협력해 모은 재산은 혼인관계가 깨진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도 나눠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신혼의 경우 결혼할 때 부모에게서 받아 가져온 것은 남편이나 부인이 각자 가져간다.

부모에게서 받은 재산이라도 결혼기간이 길면 재산유지에 대한 기여를 인정한다. 법원은 혼인기간이 10년 이상인 전업주부의 재산형성 기여도를 40~50% 정도로 본다. 김 변호사는 “한쪽 배우자가 의도적으로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면 남은 재산의 70%를 상대 배우자에게 주도록 하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고 전한다.

박철·옥소리 부부처럼 재산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놓고 다툴 때 판사들은 어떻게 사실을 가려낼까. 김 판사는 “예금통장 입출금 내역이나 소득세 원천징수증명서 같은 관련 자료를 보면 돈의 흐름을 대략 알 수 있다”며 “부동산은 시가 감정을 한다”고 말한다. “혼수로 가져온 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도구는 또 어떻게 계산할 것이며, 아파트값 상승액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정확하게 계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치사한 싸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 기사에서 교훈을 찾는다면 ‘만의 하나 이혼을 하더라도 재판만은 피할 일’이라는 것. ‘장미의 전쟁’이 법정에서 붙으면, 당사자는 물론, 주변까지 황폐해진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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