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미리보는명승부>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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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0월15일 저녁 히로시마 주루 메모리얼 실내경기장.
方銖賢(22)이 내리꽂은 회심의 스매싱이 네트를 넘어 바닥에닿자 한국선수단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코트로 뛰어 나왔다.
멀게만 보이던 배드민턴 여자단식의 금메달이 드디어 손에 잡히는 순간이다.
배드민턴은 남녀 모두 간판스타들이 퇴조세에 들면서 그동안 단체전 4강진입에 만족해야만 했다.
믿어왔던 여자복식도 중국세에 밀려 준결승에서 탈락,오로지 방수현에만 한가닥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방수현의 상대는 세계배드민턴여왕인 인도네시아의 수시 수산티(23).89년 세계선수권타이틀을 움켜쥐며 여자배드민턴 정상고지를 밟았던 수산티는 난공불락의 성으로 남아 있었다.
91년2월 처음 수산티와 맡붙은 방수현의 전적은 지금까지 2승13패.
거의 일방적인 수산티의 우세로 배드민턴 관계자들은 「이번만은」하는 기대를 걸면서도 감히 우승을 장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방수현만은 생각이 달랐다.91년초 첫 대결이후 3년반동안 수많은 패전속에서도「분명히 이길 수 있다」라는 확신이 갈수록 굳어져왔기 때문.
준결승에서의 체력소모도 심했지만 진해에서 받은 강훈덕택에 체력에도 자신이 있었다.
공수가 거의 완벽한 수산티는 임기응변에 능하지만 그렇다고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몸이 늦게 풀리고 강한 연속공격에는 무력해진다.선제공격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3세트까지 가서는 안된다.方이 내심 강한 투혼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方은 처음부터 빠른 공격을 퍼부으며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첫 세트에서 연속 7득점하며 기선을 잡아나가자 수산티는 이 세트를 포기하는듯했다.
역전승의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2세트에서도 方은 공격 리듬을 늦추지 않았다.먼저 서브를 넣은 方은 3구부터 스매싱을 시작,수산티를 정신없이 몰아부쳤다. 方의 기세에 수산티는 당황하기 시작했고 안하던 실수까지 연발했다.
뒤늦게 반격에 나섰으나 대세는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11-5.수산티를 상대로 3승째를 올리는 순간이었다.
〈王熙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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