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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초대석]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북한 보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대기업 1개가 개성공단보다 낫다… 남북경협의 시작은 북한 바로 보기
■ 백두산 관광 특정 업체 선정 안 돼… 평양 관광 대기자만 1만여 명
■ 남포 활용하면 평양과 가까워져… 해주특구는 남한의 희망사항 반영

월간중앙‘10·4 남북공동선언’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남북경제협력사업. 과연 남북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으로 화제를 부른 평화자동차그룹 박상권 사장을 만나 그 가능성을 점쳤다.


파격(破格). 문자 그대로 ‘일정한 격식을 깨뜨리는 것’이 파격이다.

지난 10월2~4일 개최된 노무현(61) 대통령과 김정일(65)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은 ‘파격’의 연속이라고 할 만했다. 예정에 없던 김 위원장의 영접, 갑작스러운 일정 연기 제안과 철회, 노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 중 두 차례 기립박수….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이벤트가 3일 동안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결정타는 ‘10·4 남북공동선언’의 구체적 합의 내용이었다. 서해북방한계선(NLL) 공동어로수역 설정부터 금강산면회소에서의 이산가족 영상편지 교환에 이르기까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의제의 합의가 쏟아졌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남북경제협력사업의 대대적 확대. 개성공단 2단계 개발에 착수하고 남북조선협력단지를 짓겠다는 등의 계획이 발표됐다.

개성 외에 새롭게 남북경협사업을 추진할 구체적 지역도 거론됐다. 황해도 해주와 함경남도 안변, 그리고 평안남도 남포였다. 이 세 지역 중 노 대통령은 평양에서 불과 40여㎞ 떨어진 남포를 직접 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남포에서 고 김일성 주석의 최대 치적 중 하나인 서해갑문을 답사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이 방문한 곳이 한 군데 더 있었다. 바로 남북 최초의 합영회사(서방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1984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정한 ‘합영법’에 따른 일종의 합작회사)인 평화자동차총회사 공장이었다.

“북한 측 양정만 지배인에게 브리핑 지시”

1998년 1월7일 출범한 평화자동차총회사는 남한의 평화자동차그룹이 70%, 북한의 기계공업전문회사인 민흥총회사가 30%의 지분을 가진 북한 최초의 자동차회사다. 2002년 2월 공장 준공 후 3종의 승용차와 4종의 SUV, 1종의 미니버스를 연간 1,000대가량 반제품 조립생산(CKD 방식)하는 회사로, 평양 시내 거리에 대형 광고판을 내건 것으로 유명하다.

노 대통령의 평화자동차 공장 방문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쏟아져 나온 남북경협사업의 내용은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

이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위해 대북사업가이자 평화자동차그룹을 이끄는 박상권(56) 사장을 만났다. 그는 128차례나 북한을 방문한 한국 내 최고의 대북전문가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지난 10월5일 낮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평화자동차 본사에서 이뤄졌다.

― 노무현 대통령이 평화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현장에 없었다. 어찌 된 일인가?
“북한 정부가 보안상의 이유로 외국인의 출입을 제한했다. 9월22일 이전에만 해외 왕래를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9월23일 미국에서 중요한 일이 있어 북한에 계속 머무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러 측면에서 판단한 후 북한 사람인 양정만 지배인에게 브리핑 대리를 부탁했다. 물론 브리핑 핵심 사항은 사전에 내가 직접 챙겨 팩스 등을 통해 보내 주었다.”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이 방문하는데 총책임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데….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남쪽 사람이 투자한 회사는 맞지만 대통령이 북한 사람에게 직접 브리핑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지 않나? 또 북한에서도 북한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앞세워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 박 사장이 배석하지 않은 탓인지, 특별수행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부각됐다.
“사실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정 회장의 방문도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이 방문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나는 우리 공장을 자동차 전문가인 정 회장에게 보여준 것이 절대 부끄럽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런 설비를 갖춘 공장이 있는 나라는 20여 개국뿐이다. 물론 정 회장이 ‘참 좋은 공장이다’라고 말했다면 북한 근로자들에게 위로가 됐을 것이고,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 주었을 것이다. 그래도 ‘갖출 것은 다 갖췄다’고 평하지 않았나?”

노 대통령은 평화자동차 공장 방문 당시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부품을 조립해 만든 ‘준마’를 시승했다. 하지만 차가 앞으로 나가지 않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공장에 전시한 차여서 항상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려놓는데, 그것을 제대로 못 풀어 그런 것”이라며 “준마의 사이드 브레이크는 발로 밟아 떼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상권 사장은 이번 정상회담에 수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9월 중순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청와대에서 초청한 대북사업가 중 한 명이었다. 청와대에서 박 사장은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청와대에서 말한 요지는 대북경협사업을 어떻게 하면 경제공동체로 격상시킬 수 있느냐 하는 내용이었다. 북한에 개혁·개방만 요구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절대로 오래 갈 수 없다는 말씀을 대통령께 건넸다.”

경협 성공하려면 서울·평양 가까워져야…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먼저 북한 사람들의 깊은 속내를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노동집약형 사업을 ‘머릿수 따먹기 사업’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임가공 위주의 개성공단이 대표적인데, 북한은 근로자 머릿수로 월급만 벌 수 있는 사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남측이야 인건비를 따먹는 사업을 원하겠지만 북한에서는 그런 사업에 흥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기술집약형 사업에 대한 투자다. 북한에도 공장이 있고, 기계가 있고, 기술자가 있다. 또 자기네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다만 원자재 등이 부족할 뿐이다. 북한은 자기네 공장만 돌아갈 수 있게 해주면 운동화든 뭐든 내다 팔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투자는 없다. 개혁·개방만 요구하는 지금의 방식은 절대 오래 갈 수 없다. 이런 내용을 대통령께 말씀 드렸다. 그래서 노 대통령께서도 방북 중에 그런 남북 간 인식의 차이를 잘 간파하고 이에 대해 언급하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박 사장의 말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방북 이튿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오전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남측 수행원들과 가진 평양 옥류관 오찬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남북 간) 불신의 벽을 좀 더 허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면서 “예를 들어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느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지난 10월10일 통일부 홈페이지의 개성공단사업 소개 코너에서 ‘개혁’과 ‘개방’이라는 단어가 삭제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 역시 이런 배경을 확인했다.

― 남북경협사업의 큰 틀은 그렇다고 해도,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은 없나?
“대통령께도 말씀 드렸지만 큰 회사(대기업)를 집어넣어야 한다. 아주 큰 회사가 들어가게 되면 이 회사를 따라 하도급업체 등 작은 회사 100여 곳이 우후죽순처럼 따라 들어갈 것이다. ‘와~’하고 들어가면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경제공동체가 성립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처럼 작은 회사들보고 등 떼밀듯 가라고 하면 누가 가겠나? 그러니 북한 사람들도 ‘힘 없는 회사’ ‘경쟁에서 밀린 회사’만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진짜 경협 의지를 북측에 보여주려면 하나든 둘이든 삼성·LG 같은 큰 회사를 보내 주는 것이 좋다.”

박 사장은 대기업의 북한 진출을 돕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등 동기 유발 요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박 사장은 한 가지 더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박태준(80) 포스코 명예회장이나 김우중(71) 전 대우그룹 회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대북경협사업에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

“박태준 회장은 6년 전 물혹(허파 주변의 3.2㎏ 크기 물혹)을 제거하는 큰 수술을 한 뒤 ‘나는 이제 대한민국을 위해 할 일은 다 했으니 앞으로 남은 인생은 북한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박 회장은 ‘나는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외국에서 자본을 끌어다 북한에 제철소·조선소를 지을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예전에 김우중 전 회장을 신의주특구 개발에 활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대기업이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역전의 용사들’을 투입하는 것이 돈 안 들이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식 아니겠나?”

그러면서 박상권 사장은 지난 9월 초 자신이 알리 라시드 알라바르(51)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경제개발장관을 북한에 초청한 사례를 언급했다. ‘두바이 신화’의 주인공인 알라바르 장관은 지난 9월5일 박 사장의 주선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방북 목적은 북한 내 호텔사업 투자 등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수만 리 떨어진 외국 사람도 데려가는데 우리나라 사람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일문일답.

▶“백두산 관광은 특정 회사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광 대상으로 열겠다’는 의미이지 ‘어느 누구에게 열겠다’는 것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본다.”

‘남포 활용론’ 주효할 것

― 이야기 방향을 좀 바꾸자. 지금까지 대북경협사업의 핵심은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개성공단은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요즘 들어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도 늘어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개성공단으로는 평양과 가까워지기 힘들다. 금강산 (관광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경협을 비롯해 남북관계가 급진전하기 위해서는 서울과 평양이 가까워져야 한다. 북한은 철저한 중앙집권제 국가다. ‘평양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 평양공화국이라는 말과 경협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말인가?
“가령 정부 수반이 다른 지역을 방문해도 평양 사람(장관급이나 고위 인사)은 나오지 않고 그 지역 사람들만 나온다. 생각해 봐라. 외국의 정상이 부산을 방문했는데 부산시장만 나가겠나? 중앙정부에서 나가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사업 역시 개성은 개성 사람들이, 금강산은 금강산 주변 사람들이 하는 것이지, 평양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평양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심 공무원들이 사는 평양에 직접 진출해야 한다.”

박상권 사장은 이와 관련해 ‘남포 활용론’을 펼쳤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남포는 평양의 근로자들이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데다 김일성 주석이 생존 당시 ‘여기에는 공업단지를 조성하라’는 유훈을 남긴 지역이라고 한다.

때문에 북한이 중점적으로 공업단지를 발전시킬 의지를 가진 지역은 ‘개성이 아닌 남포’라는 것이 박 사장의 주장이다. 또 그는 “처음부터 개성이 아닌 남포를 열었다면 지금보다 경협이 더 발전했을 것”이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하지만 박 사장의 바람과 달리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가장 주목한 지역은 해주다. 공동선언에 따르면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및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 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등 굵직한 해주 활용 프로젝트가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포 역시 안변과 함께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해주와 비교해서는 그 주목도가 낮았다. 그러나 박 사장의 생각은 공동선언 내용과 달랐다.

“해주는 북한의 해군항이 있는 곳이다. 그런 곳을 쉽게 북한이 내놓을 리 있겠나? 합의 내용을 봐도 북쪽이 아닌 남쪽이 원해서 해주가 크게 부각된 것으로 읽힌다.”

“백두산 관광 우리가 먼저 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동의한 것 아닌가?
“개성공단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남한이 요구하는 3통(通) 중 하나인 통행 문제에서 군부의 반발이 심하다. 군부 내에서는 ‘최대한 양보해 아주 어렵게 길을 열어줬음에도 개성공단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때문에 군부가 ‘해주를 열어 주면 개방만 하고 끝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하려면 군부의 동의를 얻는 것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평화자동차그룹은 자회사로 평화항공여행사를 두고 있다. 평화항공여행사는 그 동안 백두산 관광 및 평양 관광을 주도한 곳.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광 관련 합의사항은 서울~백두산(삼지연공항) 간 직항로 개설 및 본격적인 백두산 관광 실시였다.

― 백두산 관광과 관련해 현대그룹이 낙점된 것으로 보도됐다. 현정은 회장도 공개적으로 그런 내용을 확인했는데….
“백두산 관광은 어떤 특정회사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광 대상으로 백두산 자체를 열겠다’는 의미이지 ‘어느 누구에게 열겠다’는 것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본다. 내 생각이 틀림없을 것이다. 이번(10월8~13일)에 내가 평양에 가서 물어보면 알겠지만…. 실제로 우리는 제일 먼저 상업적인 백두산 관광을 시행한 적이 있다.”

― 평양 관광은 언제쯤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우선 용어부터 설명하겠다. 북한에서는 금강산이나 개성이 아닌 평양에 대해서는 ‘관광’이라는 표현을 절대 쓰지 않는다. ‘참배하러 가서 본다’는 의미의 ‘참관(參觀)’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평양을 보통 도시가 아니라 김일성 주석이 잠들어 있는 성지로 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평양 관광의 경우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독점적 승인권을 받아 놓았다는 점이다. 언제 남쪽 사람들에게 다시 문을 열지는 모르지만 이미 그 대기자가 1만여 명 정도 된다.”

이어 박 사장은 이 부분에 대한 보충설명을 했다. 그 동안 평양 관광을 ‘아리랑 관광’이라고 부른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아리랑 관광이라고 말하는 것뿐이지, 사실 <아리랑> 공연은 관광의 주체가 아닌 일종의 옵션이다. 그런데 그 동안 평양 관광을 못하게 되니 거꾸로 아리랑 관광이라는 이름을 붙여 평양 관광을 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양 관광 속에 아리랑 공연이 있는 것이다.”

박상권 사장은 인터뷰에서 답변의 대부분을 북한의 시각에서 문제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할애했다. 그래야만 북한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남북관계의 진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그 동안 남한이 북한의 처지를 무시하고 자기 방식으로 풀이하는 데 골똘했던 것은 아닌지 성찰해볼 것을 주문했다.

남북관계의 획기적 변화, 한반도 평화 정착, 민족경제 번영… 이 모든 것이 서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은 아닐까?

신의주경제특구 남북경협사업에서 빠진 이유는?

“중국 반대로 개발 힘들어…대계도와 주변 섬만 예외 허용”

▶압록강을 중심으로 오른쪽이 신의주, 왼쪽이 단둥이다.

남북정상회담 이전 언론은 대부분 신의주경제특구가 대북경협사업에 포함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10·4 남북공동선언’ 어디에도 신의주는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신의주를 자주 드나든 평화자동차그룹 박상권 사장에게 그 해석을 부탁했다.

“북한이 신의주를 정말 개발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것은 틀림 없이 중국이 신의주 개발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신의주가 너무 크게 발전하면 자신들의 국경 옆에 큰 도시가 하나 들어서는 셈이다. 그 자체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양빈(楊斌) 신의주경제특구 초대 행정장관을 체포해 가두는 등 못하게 한 것이다. 앞으로도 중국은 신의주 개발을 철저하게 통제하려 들 것이다. 한마디로 확대시킬 생각이 없다는 말이다.”

양빈 사건 이후에도 신의주 개발 프로젝트는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한 박 사장의 해석.

“중국이 방심하리라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는 신의주 개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실제로 우리도 곧 신의주가 개발될 줄 알고 준비를 많이 했다. 하지만 요즘 와서 보니 중국 입장에서는 신의주를 개발하도록 놔둘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중국이 이런 의지라면 북한으로서는 절대 개발 못 한다.”

박 사장은 중국의 협력 없이 신의주 개발이 불가능한 이유로 ‘거리론’을 들었다. 우선 중국의 단둥(丹東)에서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신의주이지만 평양에서는 너무 멀다는 것. 때문에 중국에서 개발을 막으면 북한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말이었다.

또 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계도(평안북도 철산군)와 신의주 주변의 여러 섬은 중국과의 협력 하에 개발을 승인받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직접투자는 불가능하다는 말일까?

“남북이 합의해 개발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한국 정부가 중국이 생각하는 불안 요소들을 해소해 줘야 할 것이다.”

글·김상진_월간중앙 기자 / 사진·이찬원_월간중앙 사진팀 차장
kine3@joongang.co.kr / l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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