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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미셸 위 너의 골프는 지금부터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 골프장.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개막을 이틀 앞두고 ‘1000만 달러의 소녀’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가 기자회견을 했다. 참석한 보도진은 30여 명. 초라해 보였다. 2년 전 이 대회에서 미셸이 프로 데뷔전을 할 때는 세계 각국에서 200여 명의 기자가 몰려들었다. 지난해 100여 명으로 줄더니 올해는 그 수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추락하고 있는 미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스탠퍼드 신입생

“학교 생활이 너무 재밌다.”

미셸은 지난 9월 미국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학교 신입생이 됐다. 그녀는 “그 무엇과도 ‘프레시맨’ 생활을 바꾸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렇지만 대학교에 다니면서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있을까. 미셸은 “대학교는 시간표를 마음대로 짤 수 있기 때문에 훈련을 하기가 더 수월하다. 오전에는 스윙 연습을 하고, 오후엔 체력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연습 라운드를 따라가 봤다. 인터뷰를 할 때 생글생글 웃던 미셸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샷이 들쭉날쭉했다. 10번 홀에서 드라이브샷을 세 차례 했는데 공은 한 번도 페어웨이에 떨어지지 않았다. 공이 좌우로 크게 휘어져 나갔다. 흔히 ‘난초를 친다’고 하는, 그런 샷.

자신감이 사라졌다. 부진한 성적과 석연찮은 기권 소동이 겹치면서 쏟아진 언론의 집중 포화를 견디기가 쉽지 않으리라. 지난해까지 보여준 호쾌한 샷은 간 데 없고, 잔뜩 주눅이 들어 거리마저 줄었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18세 생일을 맞은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큰 것 같았다.

끝없는 추락

미셸은 올해 PGA투어 1개 대회와 LPGA투어 8개 대회 등 모두 9개 대회에 출전했다. 그 가운데 4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고, 2개 대회에선 중도에 경기를 포기했다. 지난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공동 69위를 차지한 게 최고 성적. 22회의 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친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여자 골프계의 타이거 우즈(미국)를 꿈꾸던 미셸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지난해 10월 삼성월드챔피언십 경기 도중 러프에 빠진 공을 내려찍다 손목을 다친 것이 화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2월 PGA투어 개막전인 소니 오픈에 출전했지만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첫날 8오버파, 둘째날엔 6오버파를 친 뒤 탈락했다.

지난 6월 열린 LPGA투어 긴 트리뷰트에 초청선수로 출전한 미셸은 1라운드 16번 홀까지 14오버파를 치고 경기를 포기했다. 이유는 손목 통증. 하지만 ‘88타 이상을 칠 경우 시즌 나머지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LPGA 규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긴 트리뷰트에서 기권한 지 이틀 만에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에 출전한 것은 장작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긴 트리뷰트의 주최자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마저 미셸을 비난했고, 미국 언론도 그에게 등을 돌렸다.

미셸은 ‘양치기 소녀’가 됐다. 대회 때마다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60대 타수는커녕 삼성월드챔피언십 4라운드 이전까지 10여 차례의 라운드에서 단 한 번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했다.

갈림길에 선 그녀

가까이서 지켜본 미셸의 샷은 예전과 확실히 달랐다. 전체적인 스윙 자세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몸에 과도한 힘이 들어간 탓에 밸런스를 잃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드라이브샷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퍼트도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삼성월드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그는 무려 37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미셸이 다시 일어서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학생활과 프로선수로서 대회 출전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슬럼프를 극복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미셸처럼 어린 나이에 인생의 부침을 경험한 예를 골프계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매니저 그레그 네어드를 비롯, 미셸을 돕던 사람들이 하나 둘 그를 떠나고 있다는 것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 그러나 미셸은 여전히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두 달 만에 대회에 출전했더니 샷 감각을 회복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나는 더 강해졌다. 실수도 많이 했지만 곧 좋아지리라고 믿는다.”

1000만 달러의 소녀는 화려하게 부활할 것인가, ‘양치기 소녀’의 오명을 벗지 못한 채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인가. 미셸은 갈림길에 홀로 서 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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