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정부 초기 단명으로 물러난 김각영 전 검찰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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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각영(64·사진) 전 검찰총장은 12일 서울 서초동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 임명됐다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총장직을 사퇴한 뒤 침묵을 지켜온 그였다. 검찰청법에는 총장 임기가 2년으로 보장돼 있다. 하지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검찰 수뇌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밝히자 사표를 던져야 했던 ‘단명’(4개월) 총장이었다. 마침 11일 정상명 총장 후임으로 임채진 법무연수원장이 내정됐다. 자신처럼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임명될 임 내정자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김 전 총장은 “임 내정자는 나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안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생각이 바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임기 중 교체 같은 일은 없거든요.”

-생각이 바르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요.

“임기를 왜 보장합니까. 그게, 간단하잖아요. 정권 바뀌는 것과 관계없이 검찰 수사권을 수호하기 위해 보장한 겁니다. 법 지키는 정신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지 않겠어요? 임기제 보장한 취지를 이해한 사람은 임기제를 훼손하지 않을 테고요. 임기제 도입 이전에 총장 하신 분들도 그냥 그만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법무장관으로 가든지 했지요. 임기제를 하고 나서 제대로 교체된 건 나예요.”

기자는 “김대중 정부와 현 정부는 동질성이 강한 측면도 있는데, 당시 총장 교체는 좀 의외가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 되고 나서 처음 한 일이 4000억 대북송금 사건 특검 수사 아닙니까. 지금도 햇볕정책이라고 하는지, 평화공존 정책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정책도 (햇볕정책과) 똑같은 거 아니에요? 오히려 더 주는 거 아니에요? 문제는 양성화해서 주느냐, 음성화해서 주느냐인데, 양성화가 다 가능하지도 않아요. 결국 재벌 한 사람(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죽음으로 끝난 거예요.”

특유의 충청도 억양은 그대로였다. 느릿느릿 말이 이어졌지만, 그 내용은 날카롭고도 가팔랐다.

“그러고도 이제 북한 갈 때는 당신 것(정책)이라고 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얘기여서… 우리로서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 아닙니까. 정치논리는 상식적인 게 아닌 것 같아.”

그는 다시 임채진 총장 내정자 쪽으로 말을 돌렸다. 자신의 쓰린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까.

“이 정권이 아니었다면, 임채진이 지명 안 될 것 같습니까. 간단한 거예요. 조직의 원리라고 하는 것은…. 노 대통령이 나를 믿든, 안 믿든, 당시에는 내가 총장감이었던 겁니다. 하루아침에 경력관리가 됩니까. 신승남, 이명재, 송광수, 김종빈… 다들 언젠가 총장 한번 할 거라고 했던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한나라당이 됐든, 누가 됐든 (임 내정자가) 절대 몇 개월짜리 총장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청와대의 총장 내정 발표 직후 그는 임 내정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신문에 자꾸 내가 단명으로 물러났다는 기사가 나온다고 해서 겁낼 것 없다고 했어요. ‘너는 될 사람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지요. 물론 이쪽(검찰총장)은 될 사람이 됐는데, 저쪽(대통령)이 안 될 사람이 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총장을 바꾸면 검찰의 수사권 독립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한번 물어봅시다. 사장이 바뀌고, 편집국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여러분(기자)이 취재하던 것을 안 한 적 있어요? 안 그렇잖아요. 검사가 수사를 하는데, 총장이나 장관이 뭐라고 그런다고 덜 합니까. 그러지 않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그는 신정아·변양균씨 사건을 예로 들며 “검찰과 언론이 사건을 그 본질보다 확대할 때도 있지만,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요악’이란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에게 그간 궁금했던 질문 하나를 던졌다.

-혹시 노 대통령의 ‘수뇌부 불신’ 발언이 있기 전에 청와대에서 총장 교체의 모양새를 갖추자는 얘기는 없었습니까.

“남 누구(2004년 3월 인사청탁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한강에 투신자살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당시 노 대통령은 TV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남 사장을 공개 비판함)라든가, 자살한 사람 생각해봐요. 모양새는 무슨….”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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