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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이 조화된 곰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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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곰탕 한 그릇 하시죠. ‘하동관’ 강남 분점에서요.”

70년 가까운 세월을 이어온 이 곰탕집이 서울 대치동에 분점(02-565-3355)을 냈다고 하니 궁금하기도 했다. 을지로에 있던 본점도 최근 재개발 때문에 명동으로 옮겼지만 세월의 때가 묻은 나무 식탁과 가늘게 금이 간 놋그릇의 정겨운 인상이 남는 것은 여전한데, 깔끔한 분점의 모습은 왠지 낯설다.

“곰탕도 일종의 국밥이라 할 수 있지. 국에 밥을 말아 내는 국밥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식사법이라고 하잖아.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우리는 오래전부터 밥은 음(陰)이고 국은 양(陽)이라고 해서 상에 같이 올렸는데, 결국 국밥은 음양이 조화된 식사라고 할 수 있지. 게다가 국밥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패스트 푸드라 볼 수도 있지. 전통 있는 오래된 음식점으로도 국밥집이 많잖아.”

“그렇죠. 국밥 문화는 조선시대 중·후반에 시장이 발달하고 이에 따라 인구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생겨났다고 보고 있지요. 여행자를 위해 숙식을 제공하는 객줏집과 주막들이 늘어나면서 이곳에서 간편한 식사들을 했겠죠. 야채와 된장을 푼 토장국이나 콩나물국에 밥을 만 국밥도 있었지만 소의 고기나 부산물을 곤 국물에 밥을 말아 내는 국밥도 있었죠.”

“그런데 당시에는 소를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마도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소를 잡지 않았겠어요. 서양에서도 늙은 소의 질긴 고기는 찜이나 포토푀(야채와 고기를 넣고 푹 고아 만든 맑은 스튜)의 재료로 사용했으니까요. 우리도 당연히 그랬겠죠. 또 혹자는 조선시대 유교가 발달하면서 제사에 올릴 희생수(犧牲獸)가 많이 요구되면서 소가 꽤 많이 도살되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질긴 고기 또는 소의 뼈와 내장 같은 부산물들을 먹기에 좋은 방식이 푹 고아 내는 것이란 말이지.”

“안심이나 등심과 같은 부드러운 고기를 푹 고면 그만 풀어져서 형체조차 없어지니 적합하지 않죠. 그런데 사태나 양지머리와 같은 육질이 단단한 고기를 고면 고기 자체가 부드러워지면서도 육수 맛을 살려주죠. 뼈와 내장이 어느 정도 들어가느냐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고요.”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도 들어가는 소 부위에 따라 다르다고 하잖아. 곰탕이 사태·쇠꼬리·허파·양·곱창을 덩이째 삶아 무·파 등을 넣어 고아 내는 탕이라면, 설렁탕은 잡고기와 내장 그리고 쇠뼈를 많이 넣고 고아 골수가 우러나와 뽀얗게 된 것이지.”

“넣는 부위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고는 시간에 따라서도 구별되죠. 일반적으로 곰탕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반면 설렁탕은 하루 정도 계속 고아야 하고요. 하지만 내장도 오래 고면 뽀얀 국물을 얻을 수 있듯이 부위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니 곰탕과 설렁탕의 경계가 모호할 때도 있어요.”

같은 곰탕이라도 경북 현풍곰탕은 국물이 뽀얗다. 특히 사골과 소의 양을 많이 넣고 12시간 이상 고아 내기 때문이다. 전남 나주곰탕은 사태·양지머리·머리고기 등 고기를 주로 넣고 고아 ‘하동관’ 곰탕처럼 맑다. 그러니 경계가 애매할 수밖에 없다. 국물은 맑지만 기름지고 진한 맛의 곰탕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속이 든든하다. 이런 국밥은 먹기에 편하다는 측면에서는 패스트 푸드이지만 오래 고아 진국을 먹는다는 점에서는 손색없는 슬로 푸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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