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부조리연극의 기수 佛 극작가 이오네스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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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조리 연극의 旗手로 잘 알려진 루마니아 태생의 프랑스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가 28일 별세했다.81세.
이오네스코는 지병인 고혈압으로 수년전부터 투병생활을 해왔으나급격한 병세 악화로 이날 결국 파리 몽파르나스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戰後 유럽 연극계를 풍미한 부조리연극의 대표적 작가 가운데 한명인 이오네스코는 50년대에 발표한『대머리 여가수』(1950),『의자』(1952),『코뿔소』(1959년)등「反演劇」이란 副題가 붙은 일련의 작품을 통해 중산층을 지배하는 인습의 부조리성과 삶의 공허함을 독특한 블랙유머와 풍자로 묘사,연극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전후 프랑스 前衛演劇을 주도한 이오네스코의 작품들은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현존 극작가 작품들 가운데 가장 널리 공연됐으며,특히 그의 대표작으로 현대극의 古典으로 꼽히는『대머리 여가수』는 1950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래 전세계에서 2만5천회이상공연됐다.
사뮈엘 베케트와 함께 전후 부조리극 운동을 이끌어온 이오네스코는 1912년 루마니아 슬라티나에서 변호사인 루마니아 아버지와 프랑스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26세 되던 1938년 파리에 정착,극작활동을 해왔다.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그는 프랑스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1970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 추대됐다. 그의 작품은 줄거리의 否定,모호한 대사,인물의 자기 비일치,허구적 논리,풍자적 독설 등을 통해 중산층의 일상생활 이면에 감춰진 부조리성을 들춰내고 있다.특히 전위적 기법은 당시로선 매우 충격적이었다.『대머리 여가수』는 대사와 줄거 리가 없는 최초의 연극으로 시도됐고,『의자들』은 무대 위의 장치와 소도구 자체가 배우가 되어 연기하는 연극으로 처음에는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들의 비난과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 77년 한국국제문화협회 초청으로 訪韓한 바 있는 이오네스코는 당시 가졌던 기자회견에서『인간의 實存 자체가 부조리하며작가는 답을 제시할 수 없고 단지 펜을 통해 어디에 문제가 있고 의문이 있는지를 보여줄수 있을 뿐』이라고 말 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61년 극단 실험극장이『수업』을 무대에 올림으로써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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