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韓人 식품점 폐업 속출-경기침체.세금부담 轉業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뉴욕중심가의 식품점을 주름잡던 韓人식품점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이민간 한국인들 사이에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직업으로 여겨졌던 식품가게들이 최근 들어서는 불황을 견디지 못해 폐업 또는 전업하는 사태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26일자 뉴욕타임스紙는 비즈니스판 1면 화제기사로「韓人식품점문제」를 다뤘다.다음은 그 요약.
뉴욕의 韓人 식품점들은 나름대로의 명성을 쌓아 왔다.그러나 많은 가게들이 존폐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브루클린의 구멍가게에서부터 맨해턴 중심가의 깔끔한 샐러드 바에 이르기까지 장사가 안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10년전만해도 한국인들이 경영하는 식품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났다.이들은 신선한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24시간 손님을 끌었다.이익이 박하고 고생스러운 일이지만 이민 한국인들에게는 가장 확실한 자립의 길이었다.『聖經』이 인도해 주 는 성공의 길로 통했다.
오전 3시,브롱스의 도매시장에 나가 신선한 채소를 가져다가 깨끗이 다듬어 진열해 놓으면 으레팔리게 마련이었고,이렇게 고생해서 교외에 아담한 집과 골프장 회원권을 사는게 한인들 대부분의 꿈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게 안된다.뉴욕의 경기가 그전만 못한데다 식품점끼리 경쟁이 치열해졌다.반면 가게의 월세부담은 크게 늘어났기때문이다.
42번街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 가게를 하던 白모씨는 지난달 문을 닫았다.주변 빌딩의 사무실이 이사가는 바람에 매상이 준데다 오히려 건물주인은 월세 인상을 요구한다는 것이다.이 근처에서 白씨 말고도 세군데가 최근에 문을 닫았다고 한 다.
예전엔 고생한만큼 이익이 남았었는데,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한인식품점 주인들의 공통된 반응이다.맨해턴의 높은 임대료와 치열한 경쟁,그리고 높은 실업률,위험한 주변환경 등을 감안할때 예전같은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뉴욕시 관리들 도 갖가지 규정을 통해 못살게 군다고 불평이다.14가지의 세금을 내야 하고 1백20가지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 식품점 친목단체의 한 간부는『올해안에 한인이 운영하는 식품점중 10~15%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고,다른 간부는『3분의 1이 문을 닫을 것을 고려하고 있고 3분의 1은 다른 직종으로 전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뉴 욕시의 한인식품점은 3천5백개 정도로 뉴욕시 전체 식품점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식품점들만이 불황을 겪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한인 식품점들의 폐업이 뉴욕 韓人사회에 주는 충격은 훨씬 심각하다.대부분의 한인 식품점들의 경우 자기네 집안 식구나 친.인척들을 주로 고용해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인사회 전체로 봐서는 식품점이 비교적 나은 편이라고말한다.미용업소(네일 숍)나 세탁소들은 더 심각한 불황을 겪고있다는 것이다.
[뉴욕=李璋圭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