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 돼지.앉은뱅이 밀등 토종 멸종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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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민족의 생명줄을 이어준 土種이 사라져간다.품종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재래종 돼지.앉은뱅이 밀 등 일부는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아예 멸종돼 버렸다.궁핍했던 시절,그 중요성.우수성을 모른채 양적 생산에만 치우친데다 일부 외국산 선호풍조까지 겹쳐 우리 것을 외면한 탓이다.토종은 지금 세계적으로 차세대 주요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지금이라도 토종의 명맥을 찾아 보존하고 지키는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中央日報는 이를 위해 전국 취재망을 동원,이미 멸 종됐거나 끊어질 듯 겨우代를 이어가고 있는 토종 동.식물들을 찾아내 그 실상과 역사,보존이유,대책등을 심층취재해 연중 기획시리즈로 집중보도한다.토종은 또 UR 파고를 극복할 수 있는 농.어촌 소득증대 사업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 으로 보여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있다. 〈관계기사 9,33面〉 『종자를 많이 확보한 나라가 세계를 제패한다.』 新종자식민시대를 노린 선진 각국들 사이에 종자자원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종자大戰」이 시작됐다.
특정국가가 갖고 있는 생물 유전자원의 보유권리를 인정하는 「리우환경회의」의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ty)발효를 앞두고 미국.일본.캐나다.프랑스등 선진국들이 세계 각국 동.식물의 유 전자원을 확보,이를 독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명공학 산업의 발달로 토종 동.식물이 천연자원과 원유자원을능가하는 차세대 주요 식량.의약품 자원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경제무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협약이 발효돼 유전자원 보유국들이 이를 무기화할경우 결국 굴복할 수 밖에 없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생물이 갖고 있는 유전정보(遺傳子)를 일컫는 유전자원은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농작물 개량은 물론 생약 생산등 유용한 물질생산에 필수물질로 등장하면서 자원으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지난해 6월 열린 회의에서 참가 1백64개국이 서명한 이 협약은 특정국가가 보유한 유전자원을 이용해 신품종을 개발하려 할경우 보유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개발기술도 유전자 보유국과 함께 사용토록 규정해 쉽게 무기화할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
30개국이 서명하거나 비준서를 제출하면 자동 발효되는 이 협약은 현재 20개국이 비준서를 제출한 상태여서 빠르면 내년쯤 부터 발효될 전망이다.우리나라 토종 작물이면서 지금은 멸종된 앉은뱅이 밀이 그 대표적인 예.
미국 잉여생산 밀에 밀려 농가에서 생산을 포기해 결국 멸종됐으나 국제맥류.옥수수연구소 밀육종 연구책임자였던 미국인 볼로그박사가 이 종자를 이용해 「단간 다수성(短稈多收性)밀」을 개발,인도.파키스탄 지역의 수억 인구를 굶주림에서 해 방시킨 공로로 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동.식물에까지 손을 뻗친 일제의 수탈과 6.25전쟁,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양적 생산위주의 영농정책에다유전자원에 대한 인식부족이 겹쳐 종자전쟁에서 살아남기위해 꼭필요한 3만여종의 토종이 멸종되거나 사라져가고 있 다.
더욱이 정부 관련기관이나 학계에서조차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기본실태조사마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인데다 해외유출 현황도 파악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李晩薰.李哲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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