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몽둥이자국 10여개 발견”/법의학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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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 순경 집단구타 가능성 시사
시위진압중 숨진 김 순경이 각목·발길 등으로 집단구타를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법의학 전문가들의 해석이 나왔다.
이는 김 순경이 학생들에 의해 각목 등으로 집단폭행 당했다는 최초 경찰측 발표내용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처음 부검결과를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5일 오후 강신몽 법의학과장 주재로 대한법의학회 김상철부회장·이정빈 서울대 교수 등 법의학 전문가 5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이날 강 과장은 『김 순경의 직접사인은 강한 외부압력으로 인한 심장·좌우폐 파열 및 출혈』이라고 밝혔고 『그밖에도 양쪽 흉부와 횡경막 등 일곱군데에 내부출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7회 이상의 강한 외적 힘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 법의학교실 이정빈교수는 『구두 뒷굽모양의 자국 3개가 왼쪽 등 부위에서 발견됐고 엉덩이 부위에서 왼발자국 1개,지름 2.5㎝가량의 몽둥이자국 11개와 10여개의 작은 피하출혈자국이 발견돼 사망 당시 다수의 외적힘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강 과장과 함께 「집단폭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교수는 이어 『김 순경이 가슴에 방석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강한 충격이 있을 경우 피부에는 자국이 남지 않고 뼈와 살이 맞닿은 신체내부에 출혈이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전남대의대 정상우교수는 『심장과 폐가 파열될 정도의 충격은 큰 돌멩이 등 무거운 물체를 상당한 높이에서 떨어뜨리거나 무릎·발 등에 체중을 실어 내리찍은 경우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부검설명회에 참석한 법의학 전문가들은 시체상황으로 보아 집단폭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고 가슴부위에 가해진 충격이 유일한 직접사인이며 다른 외력들은 김 순경 사망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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