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도 개혁바람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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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화체육부가 마련한 「신한국문화창달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등 진보계열 인사들이 대거 참여, 앞으로 새정부의 문화정책이 보수일변도에서 벗어나 진보적인 내용을 상당히 포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 2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토론회엔 모두 7개 분과에서 64명의 발제자·토론자가 초청됐는데 이중 20명 정도가 진보계열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들.
우선 민예총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염무웅 영남대교수가 「전환기의 한국사회와 통일에 대비하는 문화적 동질성 확립을 위하여」를 주제로 발제했으며 채희완 부산대교수는 「생활공동체 문화와 민족굿」을 발표했다.
이들 발제자 외에 문호근(오페라연출가), 이리화(역사문제연구소장), 유인택(영화기획사대표), 구중서(수원대 교수), 김영현(실천문학사 주간), 유시춘(소설가), 김정헌(공주사대 교수), 임옥상(민족미술협의회 의장), 나병식(한국출판문화운동협의회장), 박인배(극단현장 대표), 홍기선(영화감독)씨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문화체육부가 이들을 대거 초청한 것은 기존 제도권 문화계와 재야권간의 벽깨기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문화정책의 기본틀이 적잖이 바뀔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가 새정부의 문화정책 수립을 위한 문화예술계 여론수렴과정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문화정책이 제도권 관변단체위주로 이뤄지는 일을 지양, 진보적인 내용도 반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 첫날 문화발전 방향과 이념을 다룬 제1분과에서 김문환 서울대교수는 「발전」개념을 경제적인 것만이 아닌 문화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예산의 일정부분이 문화부문에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무웅 교수는 문화정책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기조위에서 『일제 잔재와 군사문화를 청산하고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 이를 위해 ▲일제하 민족해방운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문화적 수용 ▲관변단체에 대한 특혜 폐지 ▲국민동원적 성격을 띠는 각종 문화축제의 재검토 ▲문화향수에서 소외돼 있는 다수 대중 참여방안 마련 등을 주장했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방안을 토의한 제2분과에서 조흥윤 한양대교수는 전통문화의 활성화를 통해 민족정기를 회복해야한다고 주장, ▲우리 역사를 주체적 사관에 의해 새로 기술 ▲무속과 민족종교 복권 등을 제시했다.
문화산업육성을 다룬 제3분과에서 이대희 광운대교수는 『영화나 방송프로 제작 등 개발비용이 많이 드는 부문에서는 대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효성 성균관대교수는 『방송을 가장 중요한 문화정책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문화산업의 개발은 상업적 대중문화의 질을 향상시키고 민중·대안문하를 수용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밖에 문학·조형예술·공연예술·어문 출판 등 4개 분야에 대한 창작지원 방안도 폭넓게 논의됐다. <곽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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