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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코노미스트 "한국인 피랍은 신앙의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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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神)의 업무를 수행하는 두 세력 간 충돌'.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사태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일 '신앙의 충돌'로 규정했다. 탈레반이 두 번째 인질 살해를 "신의 일은 죽음을 포함해 어떤 대가라도 치르고 수행돼야 한다'는 논리로 정당화했으며, 한국인들 역시 '신의 일'을 하다 희생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서다. 비록 한국 정부는 배형규 목사와 봉사단 일행이 현지에서 선교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부정하지만, 탈레반은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프간 사람은 오랜 세월 매우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지키며 살아 왔다. 그래서 기독교로 개종하려는 징후만 보여도 엄청난 원한을 살 수 있는 사회라고 이 잡지는 전했다.

반면 한국은 1995년 가톨릭을 포함한 기독교 인구가 불교 인구를 앞질러 제1의 종교로 떠올랐다. 약 1만6000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선교 국가이기도 하다. 더욱이 홍보를 위해 교회들이 앞다퉈 더 위험한 지역으로 신자들을 내모는 경쟁을 펼치기까지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납치 사건으로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선의'의 경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의 일'을 하다 재난을 당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4년 이라크에서도 한국인 선교사 7명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난 전례가 있다.

이 잡지는 탈레반도 비판했다. 20여 년간 혼란에 빠져 있던 아프간 사회에 질서를 회복, 한때 민중의 신망을 얻기도 했던 탈레반이다. 하지만 이번 납치 사건에서 보듯 피에 굶주린 것처럼 알카에다식 처형과 자살 폭탄 테러를 일삼다가는 지지 기반을 완전히 잃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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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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