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론 악화 부담 … 극단 선택 안 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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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집중돼 있는 곳이다. 5년간 현지에 주둔하고 있는 다산.동의부대가 확보한 정보 채널들 덕택이다.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이 현지에 도착했지만 탈레반 측과 접촉 채널을 갖고 있는 큰 축은 군 당국이다.

군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탈레반은 명분상 '외국군 철수'라는 정치적인 요구를 하고 있지만 실제론 아프간을 다시 장악하는 데 필요한 실리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탈레반 측은 수감 중인 탈레반 '전사' 23명과 한국인 인질들을 맞교환하자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인질 전원 살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군 당국은 아프간에 파병된 동맹군(미군+나토군)의 도움으로 아프간 현지의 원로 인사를 내세워 탈레반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의 한국인 집단 납치의 목표는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아프간 내외 이슬람 세력의 지지를 받아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타협이 불가능할 정도로 종교적이거나 인종적인 문제를 내세운 게 아니므로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22일 밤 협상 시한을 연장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탈레반 세력은 2002년 미국의 공격으로 실각하기 전까지 아프간 전역을 장악해 정부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기에 알카에다같이 파괴 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개념과 자국 내 여론을 중시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군 관계자는 "탈레반 측에서 협상 신호를 계속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9월부터 아프간에서 의료.재건 분야를 지원해 온 다산.동의부대(210명 규모)는 현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부대는 지금까지 현지인 등 24만 명을 치료해줬다. 다산.동의부대가 주둔하는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수백㎞ 떨어진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한국군 병원을 찾아올 만큼 인기가 높다. 따라서 한국인 인질들을 살해하면 아프간 국내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탈레반의 행동에 변수가 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은 기독교와 이슬람권 사이에 '문명의 충돌'을 야기했지만 한국군은 오히려 문명 충돌을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여성을 살해하지 않는다는 아프간의 오랜 관습도 희망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인 인질 23명 가운데 18명은 여성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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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역풍 땐 아프간 재장악 목표 차질 #'여성은 죽이지 않는 관습'에도 희망 걸어 #국방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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