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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탈레반 볼모 자초했다" "살아오기를 먼저 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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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3명의 한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데 대해 인터넷 등에는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에는 두 개의 글이 큰 관심을 모았다.

'밝은 기운으로'라는 대화명을 쓰는 네티즌은 '회초리는 그들이 돌아와야 들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그들은 우리 국민이고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라며 "이들을 비난하는 글에 가슴이 아프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랄 때"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순둥이'라는 네티즌은 '회초리는 지금 들어야 하는 겁니다'라는 답글을 올렸다. 그는 "20여 명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을 철수하라고 하는 것은 무분별한 일"이라며 "이 시점에서 회초리를 들어야 맞습니다"라고 썼다. 두 글은 '이들이 국군이 파병돼 있는 위험 지역에 철저한 준비 없이 들어가 철군 협상의 볼모가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네티즌은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간 이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는 '납치된 교인이 출국 전 아프간 여행을 경고하는 안내문 앞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이디 wongeo204는 네이버 게시판을 통해 '(납치된 교인 중 한 명이) 칸다하르 대학의 모스크에서 (개신교) 찬양을 했다는 글을 올렸다'며 납치된 교인의 미니홈피 내용을 공개했다.

납치된 교인에 대한 비난이 일자 일부 네티즌들은 "봉사활동을 위해 간 사람들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아이디 paris-888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비난을 삼가 달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네티즌(아이디 skdhkhoi)은 "기독교의 여러 문제를 납치된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염려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납치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논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 등은 21일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주둔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했다. '납치 사건의 씨앗은 아프가니스탄 파병'이라는 것이다.

◆ 단기 선교.봉사 활동의 문제=굿네이버스.월드비전 등 국제적인 구호단체들은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단기 선교.봉사 활동은 위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02~2006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한 이병희 굿네이버스 국제협력부 과장은 "아프가니스탄에는 비정부기구(NGO)의 안전을 책임지는 치안 담당 NGO, ANSO(Afghanistan NGO Security Office)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기 활동 단체들은 ANSO와 연결돼 있지 않아 테러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ANSO가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는 '가급적 육로를 이용한 이동을 피하라'고 명시돼 있다. 김보경 월드비전 홍보팀장은 "봉사단을 파견하기 전에 현지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준비 없이 현지에 파견되면 모든 이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철저한 현지 교육을 봉사 활동의 필수 조건으로 꼽는다. 김보경 팀장은 "국제 구호단체는 여러 상황에 대한 교육 매뉴얼을 준비해 놓는다"며 "납치 상황에 대한 대비도 이런 매뉴얼에 따라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병희 과장은 "한 국가의 문화를 단기간에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큰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만 아프가니스탄에 2000여 명의 봉사.선교단이 찾아왔다"며 "(취지는 좋지만) 이들이 남긴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강인식.권호 기자

◆ANSO(Afghanistan NGO Security Office)=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의 치안을 담당하는 NGO다.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NGO로부터 정보를 모아 매주 보고서를 만든다. NGO들은 구호활동에 나서기 전 ANSO를 통해 지역 정보를 얻는다. 2003년에는 '탈레반이 자살 테러를 위해 폭탄을 실은 자동차 50대를 카불에 투입할 예정'이라는 보고서를 내는 등 테러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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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엇갈린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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