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리 포터 끝까지 건재 … 결혼해서 아들 낳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22일 서울 광화문의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해리 포터 시리즈 완결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도들’ 영문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태민 인턴기자]

영국 작가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완결편인 7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이 한국시간으로 21일 오전 8시 전세계에서 일제히 판매되면서 지구촌에 다시 해리 포터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선 자정부터 문을 연 서점이 있는가 하면 책을 먼저 구하려는 독자들이 영국으로 날아가는 등 해외토픽감 소식이 넘쳐났다.

완결편에 따르면 그동안 생사 여부를 두고 독자간 의견이 분분했던 해리 포터는 끝까지 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해리의 로맨스도 급진전, 론 위즐리의 여동생 지니와 결혼해 아들을 낳아 호그와트로 보낸다. 특히 이 아들의 이름에는 묘한 여운이 담겨있어 해리 포터 팬들에게 또다른 토론의 즐거움을 줄 전망이다. 롤링은 완결편이 나오기 직전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내가 그렇게 오래 품었던 모든 비밀이 이제 여러분 것이 될 것”이라며 “여러 번 다시 읽어도 ‘죽음의 성도’는 해리 포터 시리즈 중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해리포터 완결편 번역본은 도서출판 ‘문학수첩’에서 11월께 출시될 예정이다. 번역은 ‘해리포터’ 시리즈 번역작업에 참여해온 최인자씨가 맡았다.

그간 해리 포터에 관해 수 차례 평론을 발표한 시인이자 번역가인 성귀수(46) 씨가 시리즈 종결에 맞춰 문학적 의미를 짚어보았다.

<편집자 주>

해리 포터 시리즈가 마침내 완결됐다. 세기적인 베스트 셀러임을 떠나, 텍스트 자체를 둘러싼 보다 진지하고 전문적인 논의가 향후 더욱 왕성해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분명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에 뿌리내리면서도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스릴러와 공포, 나아가 로맨티시즘으로까지 자유자재 넘나드는 탁월한 구성력은 애거서 크리스티나 톰 클랜시조차 울고 가게 만들 만하다. 친근한 것과 낯선 것을 과감히 혼합시키고, 과연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온갖 마법적 아이템들을 쉴새 없이 동원하는 기발하고도 구체적인 상상력 역시 전례를 찾기 힘들다.

특히 주요 등장인물이 한결같은 연령과 모습으로 남기보다는 독자와 함께 물리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해간다는 설정은 다른 판타지 작가들이 간과했거나,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발상이다. 얼른 봐도 C. S. 루이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J. M. 배리의 『피터팬』, 프랭크 봄의 『오즈의 마법사』가 직면했던 딜레마를 교묘히, 성공적으로 피해갔다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책을 손에 든 독자들이 10년이 지나도록 주인공에 대한 동질감과 작품의 감응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결코 이해 못할 기현상만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여기 훨씬 중요하게 해석해야 할 또 다른 마법의 효험이 있다. 현실의 체제에서 공상과 허구의 영역으로 추방되어 그 안에만 영영 머물러야 했던 저 꿈의 세계, 이른바 ‘저주받은 세계’의 화려한 부활이 그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온갖 마법적 아이템들 너머에는, 신비의 이름으로만 포괄할 수 있는 저 이면의 세계, 이른바 대문자로 표기되는 거대한 전통(TRADITION)이 당당히 버티고 있다. 그것은 언제부터인가 이성과 합리의 서슬 시퍼런 기세에 밀려, 그것들이 지배하는 현실세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웅장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아득한 변방으로, 어둠 속으로, 눅눅한 ‘벽장’으로, 혹은 ‘중간계’로 쫓겨간 판타지의 세계다. 서양문화권으로 볼 때, 판타지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라는 양대 근원지에서 태동하여 카발라(유대교 신비주의 교파)와 피타고라스 학파, 오르피즘(오르페우스 입체파), 초대 기독교 그노시즘(영지주의)을 통해 유럽 전역에 뿌리내린 유구한 신비주의 전통에 근거한다.

근본적으로 과학이나 합리적 이성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의문부호 가득한 세계와 인간 내면의 깊은 갈망의 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곧 판타지의 세계다. 판타지를 화려하게 수놓는 마법 역시 경험적 인과 관계만으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뿌리깊은 관심과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마법, 혹은 판타지적 사고가 이 세상에서 쫓겨나 오랜 세월 꿈의 영역에 갇혀 지낸 이유는 그것이 운명의 신비, 우연과 숙명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도화된 신에게서 찾지 않고 인간의 한계극복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신성모독인 어둠의 지식이자, 저주받은 세계관에 다름 아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되, 신비의 세계와 현실의 영역을 엄밀히 나눈 기존의 판타지 작품들은 결국 꿈의 세계에 씌워진 저주의 불문율을 충실히 이행한 사례가 아닌가! 반면, 어둠의 지식인 마법을 밝고 생동감 넘치는 현실영역으로 끌어올려, 현실도 아니고 꿈도 아닌 매혹의 세계를 창출해낸 해리포터 시리즈는 바로 그 같은 케케묵은 저주를 풀어 내버린 장대한 쾌거인 셈이다.

구약의 이사야서(47:9-11)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재간껏 마술을 부려보아라/힘껏 요술을 부려보아라/모두 쓸데없으리라..../이제 불행이 닥쳐오는데/무슨 마술을 써서 네가 그것을 막아내랴?” 적어도 지난 십 년 간, 그리고 영원히 해리와 함께 할 사람들에겐 성서의 말씀이라고 다 진리는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행복할 것 같다.

성귀수<시인·번역가>

▶ [J-HOT] "김희선 3살 연상 사업가 박모씨와 10월에 결혼한다"

▶ [J-HOT] 오만석 5월 협의 이혼 '충격' 6살난 딸은 직접 양육

▶ [J-HOT] '도랑 치고 가재 잡고' 포항 신항 준설공사 진풍경

▶ [J-HOT] [인터뷰] 매치플레이 우승 이선화 "미야자토 우는 모습에 미안"

▶ [J-HOT] 흔들리는 20대의 밤, 청춘을 잠식하는 '술과 섹스'

▶ [J-HOT] [교회 해외 봉사 논란] "볼모 자초" "살아오길 먼저 빌자"

▶ [J-HOT] 방학맞은 해외 유학생들 속속 귀국 왜?

▶ [J-HOT] 성인사이트 방불케 하는 낯뜨거운 비뇨기과 홈피

10년 만에 완결편

*** 바로잡습니다

23일자 16면 해리 포터 관련 성귀수 시인의 기고문 중 오르피즘은 '오르페우스 입체파'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신비주의 종교관'을 뜻하는 것입니다. 기고를 받아 용어 설명을 넣으면서 착오가 있었습니다. 필자인 성 시인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