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함께 춤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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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회장으로 뽑아 준다면 아이스크림을 쏘겠어." " 아이스크림? 저쪽은 햄버거를 쏜대!" "잠깐 잠깐, 치킨은 어때?" "이 뻥쟁이들! 너희가 정말 할 수 있는 게 뭐야?"

7일 오후 4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초등학생 12명이 학생회장에 서로 자신을 뽑아달라며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세운다. 이튿날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007 안티 페스티벌 '대통령과 춤을!'에 기호 12번으로 참가한 '발끈미래당'의 무대 리허설 장면이다. 이들은 TV 속에서 보아왔던 어른들의 정치문화를 풍자, 아이들이 원하는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지 유쾌한 뮤지컬로 보여줄 예정이다.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등 안티 페스티벌로 유명한 문화미래 이프가 기획한 이 행사에는 발끈미래당 외에도 혈기왕성당, 이콜(=)당, 뭐니머니당, 말안한당 등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재미있는 13개 정당이 참여해 기상천외한 선거 공약을 담은 공연을 펼친다.

주최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기존의 선심성 공약 남발, 지연.학연 정치, 구태 선거를 비판하는 동시에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안양대 수화동아리 예손이 만든 이콜(=)당은 영어.프랑스어.중국어 등 제2 외국어를 배우는 노력의 10분의 1만 기울여도 청각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 수화 퍼포먼스를 펼친다. 평균 연령 68세의 할머니들로만 이뤄진 혈기왕성당은 젊은이에 버금가는 랩과 춤으로 노인을 소외시키는 사회 풍조를 비판한다.

수상작은 참가작 가운데 행사 홈페이지(www.antifestival.co.kr)를 통한 사전 투표와 행사 당일 현장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현장투표는 1천여 명의 관람객이 100원짜리 동전을 투표함에 넣은 다음 무게를 달아 순위를 매긴다. 투표함에 모인 동전은 전액 희귀난치병 어린이 후원단체에 기부한다. 엄을순 문화미래 이프 이사장은 "구태의연한 대통령에게 더 이상 투표하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무대"라면서 "축제 같은 선거 문화를 조성해 사회에 만연한 정치적 무관심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 행사처럼 이번 대선도 모든 후보가 마음에 들어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지 고민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회는 개그맨 강유미와 탤런트 홍석천이 맡고, 트로트 가수 하찌와 TJ는 히트곡 '장사하자'를 개사한 '투표하자'를 불러 축제 열기를 뜨겁게 달군다. '대통령과 춤을!'행사는 8일 오후 7시부터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일반 1만2000원, 학생, 국가유공자.장애우.군인은 1만원. 02-3676-3301.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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