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주, 차례 술·선물로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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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우리고유의 전통민속주가 올 추석 차례 술·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추석 전통민속주가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은 2년 전부터 선보인 전통민속주 선물세트가 양주세트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우리 술이라 애주가들의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일반 가정에서 일본 술인 정종대신 우리 술로 차례를 지내려는 경향이 전통 민속주 수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산림경제』『양주방』등 문헌에 따르면 우리 고유의 전통민속주는 모두 1백여 종. 이 가운데 정부가 90년 이후 제조면허를 내줘 생산되고 있는 민속주는 현재 25종에 달한다.
이들 전통민속주 대부분은 판매지역이 생산 시·군 지역으로 국한되어 있으나 지난해 6월 변질의 우려가 없는 증류식 소주인 서울 문배주, 전주 이강주, 안동 안동소주 등에 대해 전국 판매를 허용, 전통민속주의 대중화가 본격화되고있다.
올 추석 백화점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판매가 활발한 민속주는 문배주와 이강주가 주종이다. 문배주는 원래 평양지방에서 명성을 떨친 명주로 무형문화재 이경찬씨(77)에 의해 제조비법이 전수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민속주로 올 추석에 알콜도수를 40, 50도 등 2종으로 늘렸다. 이강주는 황해도 전통 술로 생강·계피·배 등의 재료에서 우러난 특유의 맛과 향기가 일품. 기능보유자 조정형씨(51)에 의해 제조되는 이강주는 지난해 낱 병 판매를 지양, 2종의 선물세트가 판매되고 있다. 알콜도수가 25도로 낮아 차례용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 백화점 판매담당자의 말이다.
이밖에 안동소주는 물량이 달려 품절 상태이고, 서울 삼해주, 전주 과하주, 지리산 국화주 등이 일부 선보이고 있으나 판매량은 미미한 형편이다.
지난해 추석특판 판매기간 중에 품귀를 빚어 올해 충분히 민속주선물세트를 준비했다는 롯데백화점의 경우 6일까지 5천 세트를 마련한 문배주가 2천8백 세트 팔린 것을 비롯, 이강주 1천5백 세트 중 8백80세트가 나가 문배주의 경우 품절이 예상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50병을 준비한 안동소주가 판매 첫날인 1일 순식간에 바닥난 것을 비롯해 준비한 문배주 3천5백 세트, 이강주 2천 세트도 6일까지 각각 2천4백 세트, 1천 세트를 판매하는 호조를 보이고있다. 이처럼 전통민속주가 인기를 끄는데 대해 롯데백화점본점의 주류담당 김종규씨(29)는 민속주 선물세트 가격이 3만∼5만원으로 양주선물 세트보다 저렴하고 사기용기에 들어있어 고급스러워 보여 선물용으로 적당한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차례용 술로도 전통민속주가 사용되는 새로운 경향 때문이기도 하다.
5일 전통민속주를 구입하기 위해 한 백화점을 찾은 주부 정은숙씨(48)는『지난 구정 때 민속주로 차례를 지내려다 품절로 못 구해 이번 추석에는 일찍 사러 왔다』고 말했다.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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