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총리 칭찬하는 영국 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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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 야당인 보수당의 거물 마이클 포틸로(51) 하원의원이 보수 권위지 더 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21일자)에 이라크전과 관련해 경쟁 정당인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옹호하는 장문을 기고했다. 글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공 정책을 정확히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권 국가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는데, 부시는 남의 나라 정권을 강제로 교체하는 정책을 자신의 외교노선으로 택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해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다.

포틸로는 국방전문가답게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해주는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주목했다. 이번 전쟁에 함께 참여한 영국군이 같이 작전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미군의 전투력은 앞서 있었다고 한다.

포틸로는 "대신 블레어 총리가 미국을 정확히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레어는 부시의 성격과 미국의 힘, 그리고 국제관계의 변화를 잘 포착해 이라크 전쟁에 소신 있게 참가했고, 또 나름의 영향력을 활용해 리비아 등 중동국가들과 미국을 중재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블레어 총리가 참전을 결정한 뒤 국내에서 여러 비판에 직면해 인기가 떨어졌지만, 국제정치에서는 유일 강국인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동맹국"이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반전을 주장해 국내에선 인기를 높였지만 국제사회에선 거의 영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포틸로의 논리가 옳은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글은 영국 야당의 거물 정치인이 당내는 물론 유럽을 휩쓸고 있는 반전론에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집권당 총리를 칭찬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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