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포털의 사회적 책임 규정할 법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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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중앙지법이 어제 인터넷 포털에 게재된 기사 댓글에 대해 포털 업체들도 책임지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포털이 언론사로부터 제공받은 기사를 편집.공시하는 행위는 누가 보아도 명백한 언론 활동이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현행법상 인터넷신문이나 정기간행물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해 왔다. 포털에도 기사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지난해 서울남부지원의 판결과 더불어 법원도 포털 권력의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여기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정보와 의견의 자유로운 유통을 구실로 포털이 일삼아 온 법적.윤리적 일탈은 이미 손 놓고 있을 단계를 지났다. 어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4개 업체는 국내 1~4위의 거대 포털이다. 이 중 세 업체는 얼마 전에도 음란 동영상을 방치했다가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해마다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여느 언론사 못지않은 영향력까지 행사하면서 의무와 책임에서만 발을 빼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안 그래도 시장독점적 지위에 있는 포털들은 엔터테인먼트.게임.쇼핑.UCC 등 온갖 콘텐트를 망라하는 문어발 운영으로 중소 콘텐트 업체들을 고사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사 사이트.광고주 위주의 왜곡된 검색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사에 불리한 기사를 노출시키지 않는 사실상의 여론 조작도 저질러졌다.

더 이상 포털의 자율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국회가 나서서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제도화할 때다. 현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자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신문법이나 언론중재법을 보강하든, 검색사업자법 같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든 국회 차원에서 조속히 의견을 모아 관련법을 정비하라. 특히 명예훼손.음란물은 게시자는 물론 포털 업체에도 방조한 책임을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털들은 표현의 자유 위축을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자유에 상응하는 책임을 철저히 따져야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인터넷 문화도 한 단계 성숙해진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