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선거운동 묘안찾기 분주/「경고」 받은 대선후보 사조직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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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산악회 중심 30여그룹 단선화 김영삼/9일 창립한 동우회·연청 양대 기둥 김대중/현대그룹 가장 확실… 여성모임 추진 정주영
중앙선관위가 여야 대통령후보들의 사조직을 통한 선거운동을 선거법 위반 행위로 규정하고 나서자 각당은 매우 곤혹스러워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각 당은 법망을 피하면서 선거운동을 할수 있는 묘안찾기에 분주해 당분간 물밑조직정예화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의 김영삼대표측은 일단 선관위의 결정에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한걸음 후퇴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집권당의 대통령후보로서 이미지 관리에 신경쓰고 있는 김 대표로서는 「준법」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데다 자칫 선관위의 제재를 받을 경우 망신살이 뻗치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사조직은 민주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또 공조직이 파고들 수 없는 취미·직능·종교분야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조직의 중심체인 민주산악회는 김 대표 야당시절 정치의 뿌리역할을 해왔다. 전국에 지부를 두고 회원만도 20만명이상이나 되며 최근 관폐를 끼치는 등의 활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다.
최근 서울 한강로3가 H빌딩에 입주한 김 대표의 사조직연합체는 7월말까지 수뇌부 조직개편을 끝내고 8월에는 정예요원들의 연수교육 등에 치중한다는 방침이다.
사조직 연합체는 노출된 사조직 30여개를 단선화시킨 것으로 민주산악회장인 최형우의원이 총본부장을,서석재의원이 산악회를 제외한 나머지 사조직을 관장하는 조직본부장을,박관용의원은 홍보선전본부장을 맡았다. 여론조사기획팀인 민주사회연구소(소장 김현철·김대표 차남)도 두뇌조직으로 가입돼 있다.
김 대표와 총본부장인 최 의원 등은 사조직 확대에 따른 당안팎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민·관·공조직 등과의 마찰을 없애는데 주력하고 있으나 조직비대화에 따른 잡음을 완전불식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대중민주당후보의 사조직은 「민주동우회」와 「연청」이 양쪽에서 받쳐주고 있다.
민주동우회는 김 후보의 동교동비서출신들로 묶인 동우회(회장 권노갑),김 대표의 장외시절조직인 민헌연,그리고 평민당때 만들어진 영관급이상 군출신 당원모임인 평민전우회를 통폐합해 9일 창립됐다.
동우회는 김 후보의 「가신그룹」으로 권노갑·한화갑·김옥두의원 등 최고참 비서진과 비서실장출신 김상현최고위원·한광옥사무총장·김태식의원을 비롯,이협·이희천·홍기훈·이윤수·김장곤·이석현·최재승·박광태의원 등 14대에만 15명이 원내에 진출했다.
민헌연은 지난 3·24총선직전 박종태회장이 공천탈락의 분풀이로 자진해체를 선언했으나 방대한 전국조직을 갖춘 사조직이다. 김 후보의 71년 대통령선거때 내외문제연구소,80년 서울의 봄때 민주헌정동지회,그리고 김 후보의 귀국후(85년) 민권회로 뭉쳐져왔다가 민헌연으로 개편돼 김 후보의 87년 도전때 기둥역할을 했다.
민주동우회는 야권통합·총선을 거치면서 느슨해진 외곽조직을 재정비해야할 필요성에 따라 이번에 발족한 것으로 회원은 25만명 규모이며 허경만국회부의장이 회장을 맡았다.
민청(민주연합청년동지회)은 11일 전국대표자대회를 열어 문희상의원을 회장으로 선출,조직개편과 정예화에 힘을 쏟고 있다. 김 후보의 장남 홍일씨가 명예회장으로 사실상 이 조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권자중 70%가 넘는 40대이하 연령층을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서울·경기·호남과 충청 일부 도시에는 동책까지 두는 등 30만명 규모의 변호사·중소기업인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는 것. 이렇듯 내부적으로 한참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선관위가 제동을 걸고 나오자 「과민반응」이라며 경고배경에 신경쓰고 있다.
○…국민당 정주영대통령후보의 사조직중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현대」그룹이다. 정 대표 스스로 『2백50만 당원확보와 총선에서의 3백50만표 득표는 현대 임직원들이 모두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라고 밝히듯 현대직원 17만명은 가장 믿을만한 분신이다. 국민당은 현대와 완전단절을 주장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양상이 반복되리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다른 중요 사조직은 정 후보가 24년간 공들여온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전국 22개 지부에 1천여개의 단체회원(학교)과 수만명의 개인회원을 거느린 방대한 교육운동단체다. 정 대표가 회장이지만 실제운영은 현대건설사장 출신으로 협의회 부회장인 이내흔종로지구당위원장이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의회는 최근 관의 압력을 받고 있는 단체회원보다 개인회원 중심으로,교육운동 중심에서 사회운동차원으로 변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후보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매주 1∼2회씩 울산으로 내려가 협의회 지역대표 초청 강연회를 계속중이다.
이밖에 지난해 7월 중국을 방문했던 저명인사 모임인 「천지동우회」(회장 문창모의원)가 조직돼 수시로 정 대표와 모임을 가져왔으며,『대선승리를 위해 조직을 확대·강화하라』는 정 대표의 지시에 따라 최근 여성 사조직인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여성의 모임」을 결성하는 등 여성·청년 등 계층별 사조직을 추진중이다.
선관위 경고에 대해 국민당측은 『우리당은 정치적 사조직이 없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현대」나 「지역사회협의회」 등의 선거관련을 극구부인하는 한편 「여성모임」 등 사조직은 소수정예화하고 당직자의 직접참여를 배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박보균·김두우·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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