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희 언니와의 "작은 통일"가슴 뭉클|「코리아 탁구」개선 1년 막은 현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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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녹색 테이블에서 꽃피웠던「작은 통일」의 감격도 이제 1년의 세월을 머금게 됐다. 9일은 한국탁구 대표선수단이 분단 46년만에 최초로 북한과 단일팀 코리아를 결성, 45일간의 한솥밥 살림을 마치고 여자 단체전 우승의 결실인 코르비용 컵을 앞세워 개선한 날이다. 제3국 일본 땅에서 단식 14승1패, 복식 8승1패란 경이적인 성적으로 코리아 여자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현정화(23·한국화장품)를 8일 저녁 코르비용 컵 인수 환영식이 벌어진 올림픽 유스호스텔에서 만나봤다.
-코르비용 컵을 다시 보게 된 감회가 남다를 텐데요.
▲한동안 잊고 지내던 옛 친구들에 대한 기억을 일깨워 주는 것 같아요. 분희언니와 순복이, 김혜영 등 잠시 잊었던 그리운 얼굴들로 마음이 착잡합니다. 특히 헤어질 때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밖에 흘릴 수 없었던 안타까운 마음은 지금도 새로워요.
-세계 선수권 우승이후 몇 차례나 북한팀과 마주쳤는지요.
▲지난해 11월, 중국과 스페인에서의 두 차례였어요. 중국의 황시대회는 보도진도 없었던 소규모의 친선대회로 승패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벌어진 스페인에서의 월드팀 컵은 국가 대항전으로 우리가 3-1로 이기긴 했지만 정말 하기 싫은 경기였어요. 이제까지 선수생활 14년 동안 이기고도 기쁨을 못 느낀 유일한 대회였지요. 분희언니 순복이도 마찬가지로 이런 경기는 다시 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올림픽에 대비해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지난 3월29일 태릉선수촌에 입촌, 하루 4km의 구보와 3시간씩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기술은 빠른 스매싱에 힘이 실리게끔 파워 기르기에 주력했구요.
-올림픽에서의 까다로운 상대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역시 중국의 덩야핑과 챠오훙이 가장 큰 걸림돌 이예요. 북한의 분회 언니와 유순복도 실력도 실력이지만 심적 부담으로 껄끄러운 상대이구요. 유럽 선수들은 힘은 있지만 섬세하지 못해 자신 있습니다. 홍문옥과 짝 이룰 복식뿐 아니라 단식 정상도 노려보겠습니다.
-올림픽보다 규모가 더 크다는 세계 선수권 대회에 대한 욕심은.
▲욕심으론 93 스웨덴 대회에서 단식정상에 올라 단체·복식·혼합복식에 이어 여자가 따낼 수 있는 금메달을 모두 석권하는 첫 탁구인이 되고싶어요.
-지난 5일 양영자씨가 화촉을 밝혔고 이분희도 올림픽이 끝난 뒤 김성회선수와 결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양영자 언니가 29세에 시집을 갔는데 후배로서 그 나이보다 앞질러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웃음). 앞으로 1년 정도 즉 내년 4월 스웨덴에서 벌어지는 세계 선수권 대회까지 선수로 뛴 후 대학원에 진학, 체육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또 지금은 된장찌개와김치찌개, 수제비 정도를 만들수 있는데 요리공부도 좀 더 해야겠어요.
-현 선수가 생각하는 매력있는 남자란 어떤 사람입니까.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치 하는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외모는 투박하기보다는 강한 인상, 즉 선이 굵은 사람이면 좋구요.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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