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급문화와 대중 잇는 징검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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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와 그림이 공존하는 공간, 리빙갤러리 디오리지날의 전시품은 모두 엠포리아 정연석 회장의 선택이다.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여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역시 왕년에 미술학도였단다. 서울대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하고 삼성물산에서 해외담당 디자이너 1호로 활동했다. 해외 박람회, 쇼룸, 백화점, 호텔 등 상업공간 디자인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업무상 해외에서 일년의 반 이상을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수집광인 그는 각지의 고급 공예품을 모으면서 심미안을 다졌다. 상위문화에 눈을 떴다. 그러면서 문화 하향전파론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생활에 여유가 있을 때 예술과 문화가 발전합니다. 결국, 대중에게 전파되고 대세가 되는 것은 다 고급문화에서 출발하죠. 문화와 유행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그는 한류열풍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 "무형문화인 한류는 단지 오늘날의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고급의 문화가 있었지만 그것을 뒤받쳐줄 경제력이 없었지요. 그만큼 경제력이라는 건 문화와 트렌드 형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문화와 부의 상관관계를 강조하는 그. 최근 한국인의 소비성향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무작정 비난할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소비가 바로 문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회장은 아직 국내에선 낯선 외부의 고급문화를 전파하는데 사명감을 느낀다. 식상한 것을 거부하는, 앞선 취향의 소비자의 갈증해결사가 되고자한다. 우리 생활에 필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것, 또는 곧 필요하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들을 찾아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이 그의 기쁨이다. 15년전 가구 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했다. 고풍스러운 클래식 스타일이 지배하던 국내 리빙 업계에 현대 미니멀리즘을 소개했다. 그것은 빠르게 흡수되어 국내 시장에서는 이제 보통의 것이 되었다.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나선 정씨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즐기는 인생, 제 모든 행적을 담아 세운 엠포리아타워의 테마입니다. 새로운 여가 문화를 선도하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문턱을 낮춘 경매, 파티 문화 대중화를 위해 지하 1층에 애니홀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이벤트공간을 마련했다. 제2의 결혼식인 "리마인드 웨딩이벤트"도 곧 진행한다. 고급 대중문화전도사 정연석, 그로부터 새로운 생활문화 탄생을 기대해본다.

프리미엄 심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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