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개혁 올해가 마지막 기회"|서방 전문가들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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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은 15일 서방세계가 소련에 대해 수십억 달러의 재정지원을 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소련이 실질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할 것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은 서방의 대규모 원조가 소련 개혁정책의 필수요건이라는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호소에 대한 서방측의 불만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서방측 전문가들 대부분은 소련의 경제개혁을 위해 서방이 기술·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소련이 명확한 개혁청사진을 제시하지 않는 가운데 서방이 막대한 지원을 할 경우 이 돈이 체제 개혁을 위해 사용되기보다는 현존 체제의 유지를 위해 전용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또한 소련의 경제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년 2백억∼3백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쏟아 붓는다 해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서방 전문가들은 소련이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려면 서방의 지원에 앞서 금융·재정·가격·사회보장·사유재산제 등 제도정비를 먼저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방측 전문가들도 소련이 이와 같은 제도개혁을 착수할 경우 반드시 뒤따를 일시적인 혼란과 그 여파에 대해서는 소련 전문가들 못지 않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고통이 없는 편안한 길이란 없는 것이라며 난관을 반드시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한 소련의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산업의 침체, 실업, 사회적 좌절의식의 확산 등을 감안해볼 때 금년이 진정한 개혁으로의 방향전환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소련이 계속 괴롭겠지만 더 큰 파국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조개선과 정책실행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서방전문가들의 권고다.
다음은 서방의 소련경제전문가들이 제시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우선적으로 달성해야할 개혁 필수조항들이다.
◇긴축예산 ▲보조금을 삭감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
▲기존의 조세감면과 면제조치를 대폭 축소하고 기존의 다양한 거래세를 고정률의 종가세로 대체함으로써 도매물가상승이 소매물가에 그대로 전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폭적인 예산절약과 공공서비스의 질 개선을 위해 공무원보수의 적절한 차등지급과 정부급료총액의 억제 등 정부부문의 인력 및 임금정책에 대한 보다 통합된 전략이 필요하다.
◇금융정책(통화정책) ▲통화정책의 우선 순위는 재정적자 등을 메우기 위해 루블화를 증발함으로써 발생한 통화의 과잉유동성을 흡수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기업간 신용은 일반적으로 금융긴축 기간 중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예산규제의 충격을 부분적으로 상쇄시키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으로 신용이 증가되는 것을 억제하는 방법이 고안되어야 한다.
◇가격개력 ▲가격은 생산원가와 생산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재조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손실을 보상해주기 위한 정부의 보조금 등은 철폐되어야 한다.
▲또한 기초 소비재 가격의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하락 등을 방지하기 위해 특히 노동력이 없는 개인에 대한 연금 및 이전금의 증액과 특정계층(극빈 계층)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기업사유화정책 ▲정부소유기업이나 자산에 대한 사유화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소유권 이전을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쉽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들이 상업적 기준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보장정책(사회안전장치) ▲실업수당·재교육·전직훈련 등 경제구조 개혁에 의해 발생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특히 대도시주변의 노년층 등 특수취약그룹에 대한 소득분배정책과 복지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소유권개혁정책 ▲지방공화국정부와 연방정부간 권한의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유와 통제에 관한 법률을 입안, 시행해야 한다.
▲기업의 시장 참입과 파산에 관한 법률을 입안, 시행해야 한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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