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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죽창가’ 조국의 독도 방문, 국익에 무슨 도움 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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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13일 갑자기 독도를 방문해 논란을 일으킨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JTBC 캡쳐]

지난 13일 갑자기 독도를 방문해 논란을 일으킨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JTBC 캡쳐]

네이버 라인야후 사태 비판하겠다며 무리수  

정쟁과 외교 갈등에 독도 끌어들이지 말아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그제 독도를 갑자기 방문하자 일본 정부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2대 국회의원(비례대표) 당선인 신분인 조 대표의 독도 방문은 한마디로 긁어 부스럼 같은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대한민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계산에 따른 돌출적인 독도 방문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이다.

독도에 들어간 조 대표는 “(네이버가 일본에 투자한) 라인야후 사태를 주도하는 일본 총무성 마쓰모토 다케아키 장관의 외고조부가 이토 히로부미로 조선 침탈의 선봉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공격하면서 “친일 정권을 넘어 종일(從日)·숭일(崇日) 정권”이라고 몰아붙였다.

물론 12석을 얻은 군소정당의 대표로서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다른 관점을 제시하거나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라인야후 사태를 비판하기 위해 독도를 끌어들인 것은 그야말로 엉뚱한 대응이다. 알다시피 독도는 역사적·지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이며, 한·일 간에 외교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조 대표가 몸담았던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까지 역대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이런 입장을 견지해 왔다.

조 대표는 과거에도 반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이력이 있다. 문재인 청와대의 민정수석 시절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노래인 ‘죽창가’를 올리기도 했다. 조 대표가 독도 방문을 강행해 무엇을 얻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의 1, 2심 유죄 판결로 대법원에서 국회의원 자격 상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정치인이 반일 선동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 부르는 일본 정부는 조 대표의 독도 방문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일본 고유 영토라는 점을 고려하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표의 독도 방문이 일본의 근거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게 만든 셈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민병덕·김병욱 의원이 독도를 방문했고, 지난해 5월에는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갑자기 독도를 방문해 일본이 외교 경로로 항의했다. 2012년 8월에는 현직 국가원수로는 사상 처음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 이후 한·일 관계에 큰 풍파를 일으켰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근거 없는 억지다. 정치인들은 독도를 외교 갈등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려는 가벼운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