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묘한 시점에 의구심 키운 검찰 고위급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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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건희 여사 수사 시작되자 수사 책임자들 모두 교체

야 “김 여사 성역 시그널”…철저한 수사로 의혹 해소를

2년간 서울중앙지검을 이끌어 온 송경호 검사장이 어제 전격 교체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주현 민정수석을 임명한 지 엿새 만에 검찰 수뇌부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며 없앴던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 것에 대해 “민심을 더 깊이 듣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결국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김건희 여사 관련 사법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더 커지게 됐다.

법무부는 송 중앙지검장을 부산고검장에 임명하고 후임에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보임하는 등 검사장급 이상 39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사건을 지휘하는 김창진 중앙지검 1차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사건을 지휘해 온 고형곤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발령나는 등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이 모두 바뀌었다.

검찰 인사에 대한 소문은 지난 2월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취임할 때부터 무성했다. 핵심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사를 놓고 대통령실과 검찰 수뇌부 간 마찰이 있다는 것이었다. 박 장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도 한 야당 의원이 “김 여사 처분과 관련해 여러 이견이 있어 송 검사장 교체 계획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당시 박 장관이 “검사장급 인사는 없다”고 말해 넘어갔지만, 총선이 끝나고 5월께 중앙지검장과 예하 차장검사들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공교롭게도 소문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마침 어제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백을 건넸다고 폭로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려던 참이었다.

후임 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이창수 전주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을 맡았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총장 징계를 밀어붙이자 ‘윤 총장의 입’으로 활약하면서 신임을 얻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때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류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했고, 전주지검장 시절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가 연루된 채용비리 의혹사건에 속도를 내왔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이때, 대통령의 심복을 중앙지검장에 앉힌 것은 김 여사를 성역으로 만들라는 시그널로 읽을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김 여사 관련 특검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저를 타깃으로 치열하게 수사했는데도 또 하자는 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라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국민들이 그 말을 믿게 하려면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하는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