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의장에다 당 대표까지 ‘추대’로 정한다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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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6선 추미애, 친명 몰표 힘입어 국회의장 직행 가능성  

‘대표 연임론’도 확산, 친명 강경파·개딸에 점령된 1당

오는 30일 개원할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직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의장직 도전에 나섰던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돌연 뜻을 접었기 때문이다. 16일 추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의 경선이 치러지긴 하지만, 추 당선인이 친명계 지원을 업고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추 당선인은 4·10 총선(하남갑)에서 6선 고지에 오른 첫 여성 정치인이다. 국회의장 도전 자격은 충분하다. 당선되면 국회 사상 첫 여성 의장이다. 그러나 경선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가운데 친이재명계 의원들과 개딸 등 강성 친명 지지층의 지원·압박에 힘입어 추대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국회의 수장이 결정된다면 곤란하다. 의회주의의 생명인 국회의장의 중립성이 허물어질 공산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추 당선인은 이미 “국회의장이 중립은 아니다”며 민주당 의장 후보들의 ‘친명’ 선명성 경쟁에 불을 붙인 인사다. “의장이 폼 재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전례가 있다. (의장이 되면) 혁신 의장 역할을 주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21대 국회 박병석·김진표 의장이 언론중재법 등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미룰 때마다 ‘GSGG’ ‘개××’ 등 욕설을 퍼부으며 반발해 온 강성 친명계의 입맛에 쏙 드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추 당선인이 의장이 되면 민주당발 쟁점 법안이 손쉽게 직권상정돼 단독 처리되고, 정부는 거부권으로 맞서는 악순환이 가중될 우려가 커진다. 이 대표가 입법 폭주에 대한 비판 여론 부담을 덜기 위해 강성인 추 당선인을 의장에 ‘낙점’했다는 얘기까지 돈다. 사실이라면 국회의장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개탄이 지나치지 않다.

이미 민주당은 원내대표도 3선 박찬대 의원을 사실상 추대로 결정했다. 친명계가 ‘찐명’ 박 의원을 밀자 서영교·김민석·한병도 등 비명 후보들이 출마를 접었다. 민주당이 원내대표를 추대로 뽑은 건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사실상 이 대표의 의중이 작용한 점에서 “당 총재가 원내총무를 임명하던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오는 7월 선출될 당 대표직마저 ‘이재명 연임’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 등 친명계가 ‘합의 추대론’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에 압승하자 경선 대신 ‘명심’이 당직을 좌지우지하는 ‘추대 정치’가 당을 뒤덮는 형국이다. 민주당에 민주주의가 작동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0% 안팎으로 국민의힘과 같거나 낮은 수준이다. 총선 민심이 민주당 지지가 아니라 정부·여당 심판이었다는 뜻이다. 이런데도 민주당이 ‘추대 정치’로 상징되는 독선과 오만을 버리지 않는다면 민심이 등돌리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