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일 국가 간 갈등 비화한 라인 사태…부당 차별은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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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데자와 다케시 일본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데자와 다케시 일본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 요구에 라인야후, 네이버에 지분 매각 요청

기업 이익과 국익 도움 될 방향으로 양국의 조율 필요

일본의 ‘국민 메신저’인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 사태가 경영권을 둘러싼 한·일전으로 비화했다.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을 문제 삼아 라인야후에 ‘탈(脫)네이버’ 압박을 이어가며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까지 요구한 게 발단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일 지분 매각 압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및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국이 날 선 대응을 주고받는 라인야후는 별도로 존재하던 라인과 야후재팬이 합병해 2021년 출범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가 라인야후를 지배(지분율 64.5%)하는 구조다. 라인의 정보통신(IT) 인프라는 네이버가 위탁받아 운영·관리했다. 일본 내 사용자만 9700만 명이다. 민간 메신저와 포털을 넘어 행정 서비스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왔다.

라인야후의 전략적 동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이용자 정보 51만여 건이 유출된 사건부터다.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해 올해 두 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듯 라인야후는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하고, 지난 8일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사내이사 퇴임을 의결했다. 네이버도 지난 10일 지분 매각 가능성을 인정했다. 각본을 짠 듯한 일련의 과정에 일본의 ‘라인 강탈’이라는 격앙된 국내 여론이 형성됐다.

이런 의혹은 한·일 양국 정부의 적절치 않은 처신과 대응에 기인한 바가 적잖다. 개별 기업의 경영권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 원칙이나 외교적 관계에 비춰봤을 때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본 총무성은 법률도 아닌 행정지도를 통해 기업의 경영권과 관련한 자본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정부가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해 ‘네이버 몰아내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자초한 부분이다. 한국 정부는 개별 기업 영업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신밀월’ 흐름 속 한·일 관계를 의식해 미온적 대처로 실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여론이 나빠지자 “경영권 변경 목적이 아니다”며 해명에 나선 일본 정부나 “강경 대응” 운운하며 급발진한 한국 정부의 태도 모두 사태 해결에는 적절치 않다. 감정적 대응으로 치닫지 말고 협상 과정에서 기업 이익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두 나라 정부가 냉정하고 현명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할 이유다. 그래야 한·일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양국 시장경제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