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뉴욕 3부작’ 쓴 뉴욕의 대명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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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폴 오스터가 2006년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수상에 앞서 사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폴 오스터가 2006년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수상에 앞서 사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 3부작’으로 유명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77세.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폴 오스터가 폐암 합병증으로 뉴욕 브루클린 자택에서 지난달 30일 저녁 숨졌다고 보도했다.

오스터는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다. 1947년 미국 뉴저지주의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빵 굽는 타자기』 『폐허의 도시』 『달의 궁전』 등 소설은 물론 시, 에세이, 번역, 평론,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에서 34권의 책을 펴냈다.

컬럼비아대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한 오스터는 1982년 가족사를 담은 에세이 『고독의 발명』으로 이름을 알렸고 1985~86년에 낸 소설집 『뉴욕 3부작』이 선풍적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있는 방’ 등 중편 소설 3편으로 이뤄진 『뉴욕 3부작』은 오스터의 독창적 문체가 돋보이는 초기 대표작이다. 현대 뉴욕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추리적 기법으로 풀어냈다. 『뉴욕 3부작』 이후 오스터는 뉴욕을 상징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고, 그가 활동한 뉴욕의 브루클린 빈민가는 예술가 마을로 탈바꿈했다.

오스터는 1995년 웨인 왕이 연출한 ‘스모크’의 각본을 썼고 이후 ‘블루 인 더 페이스’ ‘다리 위의 룰루’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 등 여러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거의 매일 하루 6시간씩 글을 써왔으며, 컴퓨터 대신 만년필과 오래된 타자기를 애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말 국내에 소개된 장편소설 『4 3 2 1』에는 자신의 삶을 담았다. 자신과 같이 1947년 뉴욕에서 태어난 유대계 퍼거슨이 주인공으로, 서로 다른 네 운명의 퍼거슨이 각자의 삶을 살다 마침내 하나의 삶으로 통합되는 형식이다. 『4 3 2 1』은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오스터는 1974년 작가 리디아 데이비스와 결혼했다가 이혼했고, 소설가 시리 허스트베트와 재혼했다. 약물 관련 사고로 아들과 손녀를 잃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를 ‘천재’라고 불렀고, 장편소설 『롤리타』로 유명한 러시아계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나에겐 두 종류의 문학이 있다. 내 작품이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작품들, 그리고 내가 쓴 작품들”이라고 말한 뒤 전자에 해당하는 작가 중 하나로 폴 오스터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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