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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 본토 공습…미국 “반격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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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요격 미사일이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300여 기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99%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이란은 이날 작전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요격 미사일이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300여 기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99%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이란은 이날 작전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밤 이란이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지난 1일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이었다. 아이언돔 방공망과 미국·영국의 지원 속에 이란의 공격을 방어한 이스라엘은 일단 반격을 공언했지만, 1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반격 계획을 철회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반격할 경우 이란도 더 강경한 대응 입장을 밝혀 1973년 이후 51년 만에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어떠한 대이란 반격도 반대한다”고 경고하는 등 확전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14일 공습 후 “이번 공습에 드론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동원했다”며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을 무력화하고자 했으나 실패했고 작전 목표가 성취됐다”고 밝혔다고 이란 타스남뉴스가 보도했다. 바게리 총장은 “우리는 이 작전이 종료됐다고 보며 이를 계속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시온주의자 정권이 대응할 경우 우리의 다음 작전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13일 밤 공습 시작 직후 성명에서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에 대한 공격과 이란군 지휘관 사망 등 사악한 시온주의자 정권의 수많은 범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공격 이유를 밝혔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 범죄 처벌을 위한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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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끄는 반미·반이스라엘 대리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도 공습에 참여해 레바논 헤즈볼라는 골란고원에 배치된 이스라엘 방공진지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예멘 반군 후티도 드론을 여러 대 발사했다.

14일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을 300발 넘게 발사했다”며 “이란이 발사한 지대지 미사일 대다수는 우리 방공체계가 이스라엘 국경 밖에서 요격했다”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약간의 미사일은 영토에 떨어져 소년 1명이 다쳤고, 남부에 있는 군기지가 타격당해 가벼운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발사한 드론이 185대, 순항미사일이 36기, 지대지 미사일이 110기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매체 ‘Ynet’은 자국군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을 99% 요격했다는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란 “이스라엘 범죄 처벌”…중동 ‘보복의 악순환’ 우려

이스라엘군은 14일 오전 5시 이란의 공습이 끝난 것으로 보고 자국민에게 내린 대피 명령을 해제했고,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는 폐쇄된 영공도 다시 열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이스라엘은 큰 피해 없이 이란의 공격을 방어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스라엘 전역에서 공습경보와 방공 미사일 폭음이 들려 주민들은 밤을 지새워야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양국 간 무력 충돌은 약 6시간여 만에 일단락됐지만, 중동의 전운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최고로 치달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습 직후 전시내각 회의에서 “우리는 뚜렷한 원칙을 결정했다”며 “우리를 해치는 자들은 누구든 해칠 것”이라고 보복 입장을 밝혔다. 현지 채널12 방송 등은 “이스라엘 전쟁 내각이 이날 이란의 공격에 대한 ‘전례 없는 대응 계획’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보복 공습을 규탄하면서도 확전을 막기 위해 양측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전쟁 확전을 경계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습 후 “이란과 그 대리인의 위협으로부터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양국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보복을 억제하기 위해 애를 썼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역내 다른 국가들의 공동 방어 노력 덕분에 이란의 공격이 실패했다”면서 “당신은 이기지 않았느냐. 승리를 가져가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란을 겨냥한 어떤 공세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 후 15일(한국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외교적 대응에도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당사자가 대규모 군사적 대결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의 자제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향후 확전 여부는 이스라엘의 보복에 달렸다. 만약 양측 간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이란의 공격을 놓고 “확전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이란의 계산된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의 개입을 경계하면서 “점령 정권(이스라엘)의 지지자들은 이란의 책임 있고 비례적인 행동을 높이 평가해야 하며 시온주의자 정권에 대한 맹목적인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게리 참모총장도 “이번 작전을 통해 이스라엘군 외에 인구·경제 중심지는 목표로 삼지 않았다”며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테헤란 주재 대사들과 만나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전 미국에 자국의 대응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알렸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또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확전이나 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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