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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30달러·원화값 1400원 가나…‘신3고’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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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이 확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긴축 완화를 바라던 세계 경제 전망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한국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신(新) 3고(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런던 ICE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브렌트유는 장 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전 거래일 대비 0.8% 오른 90.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 만이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물 서부텍사스유(WTI)도 전 거래일 대비 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 인터뷰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이어진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주요 원유 수송로로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국제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도 기약이 없게 됐다. 14일 오후 5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전망한 6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기존 50%대에서 26.9%까지 급락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다음 Fed의 조치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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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피벗(Pivot·긴축 정책 전환)이 늦어지면서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 한국도 가계와 기업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달러 대비 원화값은 연일 급락(환율은 상승)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11.3원 떨어진 1375.4원에 거래를 마치며 올해 최저점을 경신했다. 1370원대 환율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다만 환율이 1400원대에 닿을 경우 외환 당국이 구두(口頭) 개입식으로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중동 사태’ 대응책을 논의하는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의 국제유가, 에너지 수급 및 공급망 관련 분석, 관리 시스템을 밀도 있게 가동하라”며 “우리 경제와 안보에 대한 상황 전망과 리스크 요인들을 철저히 점검해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한 대비책을 운용하라”고 당부했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국제유가 급등과 맞물리면서 4·10 총선 이후 첫 민생 과제로 물가 관리가 떠오른 모양새다.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총선 전까지 억누른 각종 공공요금 인상, 선거 기간 발표한 각종 재정 지출 정책·공약 등 물가를 자극할 요소가 줄줄이 남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물가·금리·환율 문제는 당장 정부가 손쓸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경제의 어려움은 당분간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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