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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에너지 시설 대규모 공습…키이우 화력발전소 파괴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공중과 해상의 고정밀 장거리 무기와 드론을 사용해 밤새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에 나섰다. 이날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대형 발전소는 완전히 파괴됐다.

로이터 통신과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은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운영업체인 우크레네르고의 발표를 인용, 이날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키이우·자포리자·오데사·리비우주(州)의 에너지 시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공습을 받아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한 화력발전소에서 구조대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공습을 받아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한 화력발전소에서 구조대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키이우 최대 화력발전소, 완전히 불타

특히 키이우의 트리필리아 화력발전소는 완전히 파괴됐다. 트리필리아 발전소는 키이우 근처에 위치한 가장 큰 에너지 시설로, 키이우 전체 에너지 수요보다 1800메가와트(MW)를 더 생산하도록 건설됐다. 하지만 이날 공격으로 발전소 건물은 모두 불탔고, 발전 용량은 제로가 됐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도 공습이 이어졌다. 올레흐 시니에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 지역에 최소 10차례의 공격이 이어져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하르키우 에너지 시설 공격에 S-300 대공 미사일을 사용했다고도 강조했다. 공격 여파로 이 지역 화력발전소가 파괴돼 주민 20만 명에게 전력 공급이 끊겼다.

동북부의 러시아 접경 지역인 수미의 화력발전소도 이날 오후 공격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천연가스를 저장하는 지하 저장소 두 곳도 공격을 당했지만, 운영이 중단되진 않았다고 에너지 기업 나프토가스가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군이 82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공격했으며, 이 중 18기의 미사일과 39기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러시아 공습으로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테러로 규정했다. 그는 SNS에 서방을 향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간 토론이 아닌, 방공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도 이날 슬로바키아를 방문해 “우리에게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을 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월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항구에 있는 에너지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하는 등 올해 들어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10차례 이상 공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사 산업 단지에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다.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는 징병을 보다 강화하는 군 동원법안을 가결했다. 심각한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50만 명 이상의 동원이 필요하다는 군 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징집 기피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전자 시스템으로 징집 영장을 전달하는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전장에서 36개월간 복무한 군인의 동원을 해제한다는 조항은 삭제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안보리 권위 실추"…韓, 유엔총회서 러 비판 

한편 이날 미국 뉴욕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러시아가 지난달 28일 대북(對北) 제재 결의의 이행을 감시하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공개토의가 열렸다. 러시아의 비토로 전문가 패널 임기는 오는 30일 종료된다. 이날 총회에서는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전문가 패널의 활동은 서방에 편향돼 있다”며 “대북 제재가 한반도 정상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궤변을 펼쳤다. 김 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거부권을 행사해 준 러시아에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며 “안보리의 제재 결의는 미국의 악랄하고 적대적 정책 산물”이라고 거들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가 발언하는 모습. 유엔 웹티비 캡처.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가 발언하는 모습. 유엔 웹티비 캡처.

이에 대해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우리는 중요한 정보 채널을 잃게 됐고, 안보리 권위도 실추됐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사용할 북한의 불법 무기 조달에 대한 정보가 패널의 보고로 공개되는 것에 재갈을 물리려 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황 대사가 연설 직후 코피를 쏟아 이후 연설은 유엔 대표부 김성훈 참사관이 이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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