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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고 샀다간 '피' 본다…미국 국채 ETF '숨은 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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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대표 ‘미 장기채 ETF’ 집중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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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30년 국채 금리는 4.5%대입니다. 고점(5%)에서 살짝 미끄러졌지만 앞으로 내려갈 길이 더 길어 보입니다. 금리 인하 이야기가 나오는 요즘, 미국 30년 국채 상장지수펀드(ETF)에 지금이라도 들어갈지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다만 미국 장기채 ETF에 투자하기로 했다면 꼼꼼하게 따져볼 것들이 있습니다. 국내 채권 ETF 가운데 100% 현물 채권을 담은 상품은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자본시장 규정상 국내 ETF에는 해외 현물 채권을 30%까지밖에 담지 못해서입니다. 국채 ETF 투자의 꿀팁을 알아봤습니다.

1. 금리 인하 분위기에 ‘눈길’…전략별 수익률은 제각각 

국내 자산운용사에서 선보인 미국 장기채 ETF들은 선물과 합성 등 각각 다른 전략으로 30년 미국 금리를 추적하는 ‘같은 이름 다른 상품’이다. 그러다 보니 수익률도 클 때는 2배 차이까지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투자자가 첫 번째 해야 할 건 ETF의 포트폴리오 열어보기다. 채권을 100% 담을 수 없으니 전략에 따라 상품이 달라지고, 상품이 달라지면 비용과 수익률까지 달라진다.

ETF 수익률 비교 그래픽 이미지.

ETF 수익률 비교 그래픽 이미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이하 KODEX)는 2018년에 상장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국 장기채 ETF다. 현물을 담지 못하니 선물로 꾸렸다. 이 ETF는 미국채 울트라 선물을 편입하는데, 일반 현물(미국채30년 클래식 선물 듀레이션 15~25년)보다 잔존 만기가 25~30년으로 긴 게 특징이다. 잔존만기가 길면 금리변동에 더욱 민감하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더 높은 수익을 얻지만, 반대일 때는 손해도 더 커질 수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증거금을 활용하는 선물 계약 특성상 현금유동성이 생긴다. 운용사는 이 현금으로 단기 우량채와 단기 채권 등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다만, 선물 상품이기 때문에 분배금(이자)이 지급되지 않는다. 퇴직연금(IRP·DB·DC)에서 투자가 불가능한 것도 단점이다. 개인연금(연금저축)에서만 투자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이하 TIGER)는 분배금을 받지 않는 대신 듀레이션을 최대치(30년)로 늘린 ETF다. 국내 상장된 미국채 ETF 중에서 만기가 가장 길다. 듀레이션을 길게 만들어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을 극대화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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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은 채권에서 이자를 뜯어내 만기를 늘리는 ‘스트립(STRIP·Separate  Trading Registered Interest and Principal of Securities)’ 전략을 활용하는 합성형 ETF다. 합성형 ETF는 선물 ETF인 KODEX와 달리 개인연금은 물론 퇴직연금에서도 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단점도 있다. 합성 상품은 ‘스와프 비용’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약 연 1.1% 내외의 비용을 내야 한다. 이같이 각 ETF에는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숨어 있는 비용이 있다.

2. 미국쪽 ETF 재투자 상품…해외 수수료도 ‘이중 부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 (H)’(이하 ACE)는 ‘국내 유일 실물 운용’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현물 ETF인 만큼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모두에서 투자할 수 있다. 앞선 2개 ETF와 달리 월분배금도 준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규정상 100% 실물(현물) 채권을 담지 못하는데 어떻게 가능할까. 포트폴리오를 열어 보면 현물 채권에 더해 미국에 상장된 미국상장 미국채30년 ETF(TLT US) 24.72%와, 미국상장 미국채30년 일별수익률의 3배 레버리지 ETF(TMF US) 13.47% 씩을 활용해 채권을 100% 채우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ETF는 3배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있는 상품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레버리지 잠식(Leverage Decay)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즉, 금리가 오를(채권가격 하락) 때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해 수익률이 더 많이 깎이고, 횡보할 경우에도 수익률이 떨어진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담당은 “현물을 100% 담을 수 없어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비중을 점차 축소해 나갈 것”이라며 “다만 금리 인하기에는 레버리지가 더 큰 수익을 누릴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의 차이는 수익률의 차이로 이어진다. 같은 미국 장기채 ETF를 표방해도 수익률은 1.7배 차이가 났다. 수익률(9개월 기준)은 ACE -9.2%, KODEX -9.4%, TIGER -16.1% 순이었다.

TIGER의 정승호 미래에셋자산운용 팀장은 “스트립 ETF 특성상 금리에 민감하고 변동성이 크다”며 “금리가 오를 때는 다른 ETF보다 마이너스가 크지만, 인하 기에는 더 크게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리 하락 구간이었던 6개월 수익률은 TIGER 상품이 더 좋았다.

국내에선 100% 실물 채권을 담을 수 없는 상황이라 미국장기채 ETF는 이처럼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숨어 있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결국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총보수만 보고 투자하면 안 되는 이유다.

합성 ETF의 경우 스와프 비용이 숨겨진 비용이다. TIGER의 ETF 투자설명서를 열어 위험 부문을 보면 스와프 비용이 ‘1.1% 이내’라고 돼 있다. 총보수는 0.15%에 불과하지만 훨씬 많은 비용이 숨어 있는 것이다. 다만, 정승호 미래에셋자산운용 팀장은 “합성으로 채권의 만기를 극대화한 만큼 수익이 날 때 (스와프 비용이) 상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운용사들의 경쟁적으로 ETF 보수를 낮추고 있다. 평균적으로 총보수가 해외 운용사 ETF보다 싸다. 일례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의 총보수는 연 0.05%로, 미국에 상장된 장기채 ETF인 TLT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국내 운용사 ETF 다수가 해외 상장 ETF에 재투자하고 있는데, 부담은 투자자들의 몫(피투자 ETF 보수)이다. 오히려 미국 ETF의 수수료(피투자 ETF 보수)에 각 국내 운용사의 수수료까지 ‘이중 부담’하는 셈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3. 복잡한 비용 어떻게 아나…전문가 ‘추적오차법’ 추천

환헤지 수수료 역시 투자자들이 알아채기 힘든 비용이다. 현재 출시돼 있는 미국 장기채 ETF의 상당수는 끝에 ‘(H)’로 표시된 환헤지 상품이다. 환헤지는 환율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은 선택지가 된다. 특히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지금 같은 상황에선 환헤지 수수료가 비싸다.

이처럼 ‘총보수+피투자보수+환헤지 비용+스와프 비용+기타 비용’이 실제로 투자자가 지불하게 되는 총비용이다. 그렇다면 모든 비용을 다 고려한 상품별 비용은 어떻게 될까. 단순히 보수만 고려했을 때는 KODEX 0.3% TIGER 0.15%, ACE 0.05% 순이지만, 숨은 비용을 더하자 값은 완전히 달라졌다. 총비용은 ACE가 1.57%, TIGER는 1.3%, KODEX는 0.53%였다. (※TIGER ETF의 환헤지 비용과 스와프 비용을 합해서 다시 계산해 4월 11일 반영)

ETF 기준가 vs 기초지수 그래픽 이미지. 최종값은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 김영옥 기자

ETF 기준가 vs 기초지수 그래픽 이미지. 최종값은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 김영옥 기자

이런 비용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ETF 기준가격과 기초지수와의 차이인 ‘추적오차’를 살펴보는 것이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본부장은 “비용이 커지면 ETF가 따라가야 하는 기초지수보다 ETF의 기준가격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준가격이 기초지수를 크게 밑돈다면 잘 운용되지 못하고 있거나 비용을 많이 지불하고 있다는 ‘경고등’이다. 1년 수익률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KODEX는 ETF 기준가격이 기초지수보다 2.3% 높았다. 반면에 나머지 두 ETF는 기준가격이 기초지수에 못 미쳤다.

※더 자세한 정보가 담긴 원문은 중앙플러스 기사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美국채 ETF 3대장 싸서 샀다? 당신은 ‘숨은 비용’에 속았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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