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차기회장 내분…정부는 “유예 검토” 당일 번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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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증원을 놓고 갈등해 온 정부와 의료계가 해결책 모색을 놓고도 우왕좌왕한다. 의료계가 요구한 ‘증원 1년 유예안’에 “검토는 하겠다”고 했던 정부는 당일에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통일된 목소리를 내겠다던 의료계에선 내부 충돌이 격화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8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의대 증원) 1년 유예’에 대해서는 검토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박 차관이 했던 발언을 두고 ‘정부가 1년 유예안을 검토한다’는 해석이 나온 데 따른 해명이었다.

오전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전날(7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제안한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한 반응을 묻자 “‘과학적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면 열린 자세로 논의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고, ‘일단 (증원을) 중단하고 추가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로 이해한다.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선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원론적 내용이지만 ‘내부 검토는 하겠고’라는 표현이 해석 여지를 남겼다. 증원 규모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던 이전보다 유연한 기조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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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오전 브리핑 때 ‘(1년 유예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던 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과 같은 표현을 명확하게 말씀 안 드리는 게 좋겠다 싶어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계가 과학적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통일된 의견을 제시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입장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덧붙였다.

의사들 목소리도 하나로 모이지 않고 우왕좌왕한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예고한 ‘총선 이후 교수·전공의·의대생이 참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놓고 내부 충돌이 격화한 것. 의협 차기 회장은 “비대위 운영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고, 전공의 대표는 합의 여부 자체를 부정했다.

지난달 26일 의협 차기 회장에 뽑힌 임현택 당선인 임기는 다음 달 1일 시작된다. 그때까지 의대 증원 등 현안 대응은 비대위(김택우 위원장)가 맡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임 당선인 측이 현 비대위 운영 방식에 대해 “당선인 뜻과 배치된다”고 말한 것. 임 당선인은 증원은커녕 오히려 500~1000명 감원과 대화 시작 전제조건으로 ‘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을 주장해 왔다. 임 당선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대위가 ‘증원 1년 유예’를 복지부에 제안했다는데, 나는 그것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내부 갈등이 분출되면서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형성되던 의료계 단일대오 향방도 불투명해진 분위기다. 앞서 의협 비대위가 구상한 합동 기자회견에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그동안 이원화됐던 교수 단체(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의대교수비대위)도 모두 참여키로 한 상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선생님,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 김창수 선생님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만, 합동 브리핑(기자회견) 진행을 합의한 적은 없습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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