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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탐내고 러는 도청까지…'킬 확률' 압도한 獨미사일 위력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친우크라이나 시위대가 타우러스 순항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포스터에는 "우크라이나에게 전쟁이 언제 끝날지 묻지 말고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라고 쓰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친우크라이나 시위대가 타우러스 순항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해 줄 것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포스터에는 "우크라이나에게 전쟁이 언제 끝날지 묻지 말고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라고 쓰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왜 독일의 타우러스(Taurus)가 유럽에서 가장 원하는 장거리 미사일인가.’

지난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FT는 “영국·프랑스·미국이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에 장거리 미사일을 공급했으나 우크라군은 독일 타우러스 시스템을 원한다”고 전했다.

타우러스는 이달 초 러시아의 정치 공세 대상이 되기도 했다. 러시아가 도청해 지난 1일 공개한 독일 장교들의 녹취록에서 장교들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다리인) 크림대교는 매우 좁은 목표물이어서 타격하기 어렵지만, (영국·프랑스가 공동개발한 스톰 쉐도우(Storm Shadow)/스칼프(Scalp)-EG 미사일과 달리) 타우러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고 한 게 드러나면서다. 전문가들은 타우러스가 전황을 바꿀 수 있는 무기인 만큼 러시아가 녹취록을 공개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타우러스 미사일을 프로그래밍하기 위해선 우리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야할 것”이라며 우크라 지원을 거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독일 하원도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자는 동의안을 495대 190, 기권 5표로 부결시켰다. 러시아와 갈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논쟁은 타우러스의 능력을 더 부각시켰다는 평이다.

“영·프 미사일보다 더 높은 ‘킬 확률’”

FT는 “타우러스의 진정한 차별점은 메피스토 지능형 탄두 시스템”이라고 했다. 설정된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는 기존 탄두와 달리 메피스토는 여러 층의 물질을 관통할 수 있고, 탄두를 작동시키는 신관(fuze)이 최적 지점에서 폭발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 교량, 벙커 같은 구조물에 최대 피해를 줄 수 있다.

파비안 호프만 오슬로대 미사일 기술 박사 연구원은 “타우러스는 우수한 신관 시스템 덕분에 스톰 섀도우/스칼프-EG에 비해 더 높은 ‘킬 확률’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미사일은 터보팬 엔진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터보제트 엔진으로 구동되는 스톰 섀도우/ 스칼프-EG 미사일보다 더 많은 공기를 불어넣어 사거리가 길어진다. 전문가들은 타우러스가 영국·프랑스의 경쟁 미사일보다 최대 250km 더 멀리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또 스텔스 기술과 설계 덕분에 50미터까지 낮게 비행할 수 있어 대부분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새 타우러스 생산에 2년 걸릴 듯”

다만 현재 생산중인 타우러스 미사일은 없다. 타우러스 시스템은 유럽 최대 미사일 제조업체인 MBDA 독일(Deutschland)과 스웨덴의 사브가 합작 투자해 제작하는데, 생산 라인은 한국 정부의 주문이 있던 2019년에 마지막으로 가동된 뒤 유휴 상태다. 한국 공군은 타우러스 미사일 260여 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스페인·독일군은 타우러스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전에서 사용한 적은 없다.

현재는 바이에른주 슈로벤하우젠에 있는 공장에서 판매된 미사일을 수리만 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주문 규모에 따라 미사일 한 대당 약 150만 유로(약 22억원)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타우러스 측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제작이 단기간에 재개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타우러스 미사일을 생산하는 데 약 2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부품 생산부터 재개해야 해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마르쿠스 소더 바이에른주 총리가 독일 뮌헨 근처 슈로벤하우젠에 있는 타우러스 제조업체인 MBDA 본사를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마르쿠스 소더 바이에른주 총리가 독일 뮌헨 근처 슈로벤하우젠에 있는 타우러스 제조업체인 MBDA 본사를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 장거리 미사일 한달 생산량 40→100기↑

녹취록에서 언급된 스톰 섀도우/스칼프-EG는 MBDA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제조한다. 영국은 스톰 쉐도우로, 프랑스는 스칼프-EG로 각각 부르는데 명칭만 다를 뿐 같은 미사일이다.

영국·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보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에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 ATACMS로 알려진 탄도 미사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록히드 마틴이 제작한 ATACMS는 지상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최대 사거리가 300km이지만 우크라이나로 보내진 미사일은 사거리가 165km인 구형이다.

반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는 장거리 미사일 생산량을 2022년 한 달에 약 40기에서 지난해 말까지 한 달에 약 100기로 늘렸다.

지난 21일 러시아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영상에 TA 칼리브르(Kalibr) 순항 미사일이 러시아 극동 지역 비공개 장소에서 발사되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 국방부는 태평양함대의 볼호프 디젤잠수함이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지난 21일 러시아 국방부가 언론에 공개한 영상에 TA 칼리브르(Kalibr) 순항 미사일이 러시아 극동 지역 비공개 장소에서 발사되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 국방부는 태평양함대의 볼호프 디젤잠수함이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FT는 “독일 장교들 간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독일군이 미사일 시스템을 운용해야 한다는 숄츠의 주장과 달리 우크라군이 사용법을 훈련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실제 장교들은 12주 이내에 완료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독일 외교 정책 협회의 국방 전문가 크리스티안 묄링은 “독일 내 논쟁이 미사일의 군사적 영향보다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무기를 보내는 데 대한 러시아의 잠재적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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