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한국 105㎜ 포탄, 우크라 지원 검토를” 북·러 무기거래 '대응수'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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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3년째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한국산 105㎜ 포탄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미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앞서 미국을 통해 이뤄진 수십만 발의 한국산 150㎜ 포탄 우회지원 사례를 105㎜ 포탄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북·러 간 불법 무기 거래가 한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는 일종의 대응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의 차륜형 자주포인 K015A1 풍익. K-721 5t 트럭에 105㎜ 포를 탑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육군의 차륜형 자주포인 K015A1 풍익. K-721 5t 트럭에 105㎜ 포를 탑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속 마크 캔시언 선임 고문과 크리스 H. 박 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한국의 105㎜ 포탄이 우크라이나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이 보유한 105㎜ 포탄 비축량 대부분을 사용하고, 이를 155㎜ 포탄으로 바꿔주겠다는 미국의 제안은 한국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윤석열 정부와 협력해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0만 발 이상을 보냈다“면서 ”점점 줄어드는 재고와 (우크라이나 지원 결정을 미루는) 미 의회의 관성 속에 한국의 탄약 재고에 다시 도움 요청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2년 말 한국은 미국을 최종 사용권자로 하는 155mm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팔았고, 2023년 3월엔 미국에 155㎜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산 105㎜ 포탄을 우회지원하면 탄약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는 전선을 유지하는 데만 매달 최소 7만5000발의 포탄을 필요로 하는 반면 러시아는 공격용을 포함해 한 달 30만 발 정도를 발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현재 3만 발 수준인 월간 포탄 생산량을 내년 말까지 10만 발로 늘릴 계획이다. 증산이 이뤄질 때까지 공백기를 염두에 놓고 한국산 105㎜ 포탄을 선택지에 올려놔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북한이 러시아에 수백만발의 포탄을 이전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동조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면서다. 북한이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이전하면서 한국에 대한 ‘모의 공격’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우회적 포탄 지원을 통해 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보고서가 언급한 윤석열 정부의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당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북·러 간 불법 무기 거래가 진행되는 중에도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해왔다. 보고서도 “한국은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하고 북한은 러시아를 통해 탄약을 지원하는 것은 남북이 한반도에서 4500마일 떨어진 전장에서 대리전쟁을 치르는 모순된 양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의 제안은 우크라이나와 한국 모두 155㎜뿐 아니라 105㎜ 포를 운용하고 있고, 특히 한국의 경우 105㎜ 포탄 재고에 여유가 있다는 데서 근거한다. 6·25 전쟁에서도 105㎜ 견인포를 운용한 한국은 1970년대 미국으로부터 해당 포를 상당수 이전 받기도 했다.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105㎜ 포탄 물량은 약 340만 발이라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 105㎜ 포탄은 견인포 외에도 차량탑재형 자주포에 탑재돼 운용 중이다. 해당 자주포는 2018년 양산이 결정됐는데, K105A1 ‘풍익’으로 불린다. 340만 발의 구형 포탄 재고를 처리해야 할 필요성으로 인해 견인포를 자주포로 개조한 측면이 있다. 자동사격통제시스템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된 풍익은 견인포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고 군 당국은 평가한다. 군은 105㎜ 견인포와 자주포 약 2000문을 운용하고 있다.

서방 포병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155㎜ 곡사포용 포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위키피디아

서방 포병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155㎜ 곡사포용 포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위키피디아

군 당국은 105㎜ 포탄 지원에 대해 미 측으로부터 정식 제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현 가능성과 필요성을 놓고선 평가가 엇갈린다. 파괴력이 떨어지는 구형 105㎜ 포를 앞으로 155㎜ 자주포 또는 120㎜ 박격포 등으로 대체해야 하는 만큼 미 제안이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반면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에서 신속 사격 능력과 근접 화력 지원 능력이 뛰어난 105㎜ 포가 여전히 강점을 지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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