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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고에도…이스라엘, 가자지구 직접 통치 시사 초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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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6일 밤(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상공에 섬광탄을 쏘아올려 어둠을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일 밤(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상공에 섬광탄을 쏘아올려 어둠을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할 경우 2005년 9월 이후 18년 만의 일이 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6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통치 방식을 묻는 말에 “이스라엘이 정해지지 않은 기간에 걸쳐 전체적인 안보 책임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그런(직접 통치) 책임을 지니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봤다”며 “우리가 안보 책임을 가지지 않았을 때 우리에게 터진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하마스 테러였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이는 그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미국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각에선 중동 국가들을 자극해 ‘5차 중동전쟁’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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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하마스를 궤멸시키기 위해 가자시티 지상 작전을 앞두고 있다. 하마스를 공존이 불가능한 테러 세력으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하마스 축출 이후 가자지구의 통치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CBS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미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전쟁이 진행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원칙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지난 5일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안보 책임을 갖지 않는 상황은 어떤 경우에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국제사회가 일시적 교전 중단을 요청했지만, “휴전은 없다”며 지상군 투입에 앞서 가자지구 내 450곳을 포격했다.

다만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자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전술적 교전 중단’ 가능성을 논의한 뒤 “인도주의적 구호품의 반입과 우리 인질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며 인도적 차원의 작전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과 일부 서방국가는 일시적 교전 중단을 넘어 ‘즉시 휴전’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지구가 어린이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며 휴전을 촉구했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도 X(옛 트위터)에 “전쟁으로 10분에 한 명씩 어린이가 죽고, 두 명이 다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세계보건기구(WHO)·국제이주기구(IOM)·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등도 공동성명으로 분쟁 중단을 요구했다. 스페인·프랑스는 휴전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한다는 것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대가 심해 현실적이지 않고, 특히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온 미국의 의사를 거절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가자 점령 언급은 정치적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국내 정치용’ 구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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