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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73종 수출 보고 의무화”…미·중 정상회담 전 기선제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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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바이든(左), 시진핑(右)

바이든(左), 시진핑(右)

중국 상무부가 7일 전략물자인 희토류 금속 73종을 수출 보고 의무화 대상에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갈륨·게르마늄, 10월 흑연 수출을 통제한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원유, 철광석, 구리 원석, 탄산칼륨 비료 등 수입 면허가 필요한 제품의 수입업자에게 실시간 거래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벌크 제품 수출입 보고 통계조사 제도’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희토류 수출업자는 원산지, 계약 체결일, 수량, 선적 데이터 및 도착 시간 등 실시간 보고서를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

이날 발표된 규정은 지난 10월 31일부터 시행돼 앞으로 2년간 지속한다. 앞서 중국은 콩·유채유·분유·돼지고기·쇠고기·설탕 등 14개 수입 품목에 대해 신고제를 시행해 왔다.

다만 수출 신고 대상 품목은 희토류에 한정했다. 중국은 군사·재생에너지·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희토류 생산 세계 1위 국가다. 미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잠재적 보복 수단으로 희토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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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3일 리창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희토류 산업의 발전을 강조했다. 이날 리 총리는 회의에서 “희토류는 전략적 광산 자원”이라며 “차세대의 친환경, 고효율 채굴·제련 기술을 연구개발해 희토류 산업의 첨단화, 스마트화, 녹색화 발전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당시 희토류 금속의 일본 수출을 금지하면서 희토류를 외교 분쟁의 무기로 사용한 선례가 있다.

이번 조치는 오는 11~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양자회담이 유력한 가운데 나왔다.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향후 희토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대내외 여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두 개의 전선’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적 선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 제조업 위축, 부동산 위기 등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미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전면적인 국면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6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우리 행정부의 전략적 최우선 순위는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 보호로, 이는 우리가 타협하지 않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첨단기술 수출 통제 등 핵심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정책 노선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오는 9~10일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양자회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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