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궁금한건 수임료인데…법률시장 흔든 'AI 임팩트' 대해부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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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데스노트』에는 ‘사신의 눈’이 나옵니다. 마치 증강현실(AR) 안경을 낀 듯, 타인의 얼굴 위로 그의 이름과 남은 수명을 보여주는 눈이죠. 챗GPT 같은 생성 AI의 광풍이 휘몰아치는 요즘, 인공지능(AI)이 없앨 직업이 무엇이며 남은 수명은 어느 정도일지, 사신의 눈을 빌리고 싶은 분들이 여럿일 겁니다.

법조계 역시 AI의 활용 가능성, 혹은 일자리 대체 가능성에 관심이 높습니다. AI가 잘하는 건 경험(데이터)에 기초한 분석과 논리적 언어 구성으로, 법조인의 역할과 교집합이 많으니 말입니다. 국내에서 리걸테크(legal tech, 법률+기술)는 한동안 ‘로톡 대 변협’이라는, 플랫폼과 직역 단체 간 갈등으로만 부각됐습니다만, 급부상한 생성 AI는 법률 시장 곳곳의 가려운 곳을 긁으며 리걸테크 시즌 2를 열고 있습니다. AI의 확산에 따라 법률 서비스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중앙포토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중앙포토

김앤장 “이미 AI 활발히 쓰고 있다”

1990~2000년대 ‘판례·법률 검색’ 위주로 등장한 리걸테크는 2010년 중반부터 AI 기술을 만나며 두세 계단을 훌쩍 도약하게 됩니다. 서비스는 데이터 기반 법률분석, 문서 자동화, 법률자문 시스템 등으로 진화했고, 투자와 기업공개(IPO)도 활발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리걸테크 투자금은 2017년 2억3000만달러(약3000억원)에서 2018년 17억 달러(약2조2000억원)로 7배가 됐고, 유니콘 급(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리걸테크는 2020년 20개를 넘어섰습니다.

국내에서도 대형 로펌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리걸테크팀 강한철 변호사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법률문서 번역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업무에 쓰고 있다”면서 “번역 외에도 판례 조사, 문서 초벌 검토, 계약서나 메모 초안 등에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실제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사 ‘AI는 아군이냐 적군이냐‘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뉴스1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뉴스1

중소 로펌과 개인 변호사는 어떨까요? 변호사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장의 인식·요약·정리’를 생성AI가 줄여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일본의 대표 리걸테크 업체인 벤고시닷컴은 지난 4월 챗GPT를 활용한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지난 5월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굿과 인텔리콘은 생성 AI를 활용한 상담 서비스 ‘로앤봇’과 ‘로GPT’를 각각 내놨고요. 이들 서비스는 국내 법조문과 판례 등을 구체적으로 인용해 답변해 줍니다.

리걸줌의 대표로 나스닥 상장을 이끌었던 존 서 전 대표(로앤굿 등기이사)는 “AI는 전문화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전문 변호사 집단을 만들어낼 것이고, 현재 일상적인 작업들은 AI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기술과 지식 면에서 하위 50%의 변호사들을 더 어려워지겠지만 숙련된 변호사는 더 많은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법원 ‘사건 적체, AI가 해결할까’

민간뿐일까요. 보수적인 각국 법원들도 ‘AI와 친해볼까’ 움직이고 있습니다. 소송이 늘고 개별 사안이 복잡해지다 보니, 양형 예측과 판결문 작성 등에서 AI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2019년 중국 항저우 법원은 AI 판사 ‘샤오즈’의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샤오즈는 개인 간 대출 분쟁 사건에서 실시간으로 판사를 보조해 변론 요약, 증거 평가 등을 처리하는데 30분이면 사건이 종결됩니다. 대만도 올해 2월부터 AI 양형 시스템을 도입해 누구나 접속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검찰이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을 AI로 평가하는데, 대법원은 이걸 판결에 활용하는 걸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스1

국내 법원도 AI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달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AI 양형 세미나에서 오세용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양형 기준안을 만드는 과정은 AI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으로 구성된 양형위원회가 최근 5년간 특정 범죄군 판결문을 뽑아서 양형 인자를 뽑고, 통계 분석을 실시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기준안을 확정하는데요. 이런 방식은 AI의 전형적인 작동 방식이라는 것이죠. 소송 처리 기간을 줄이기 위해 법원 내부 데이터로 AI를 구축해 판결문 작성에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국민이 법관에게 바라는 건 창의적인 판결문이 아니라 빠르게 정의를 실현해주는 것이며, AI는 여기에 최적의 도구”라고 말했습니다.

AI 등에 올라타려면

우리나라에서 리걸 AI가 법률시장 구성원뿐 아니라 사회에 선용되기 위한 선결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요? AI 기술이 직역단체와 갈등을 줄이며 연착륙할 수 있을까요? 법률 서비스 이용자인 대다수 시민들이 받을 영향은 뭘까요?

이런 질문이 필요한 영역은 법조계뿐이 아닙니다. 게임·음악·웹툰·교육 등 각 직업 영역에서 AI에 밀리지 않고 도리어 AI 등 위에 올라타는 법은 무엇일지, 앞으로 이 분야에서는 무엇을 배우고 또 가르쳐야 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서비스 ‘더중앙플러스’(www.joongang.co.kr/plus)에 연재 중인 ‘팩플 오리지널: AI 임팩트’에서 함께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더중앙플러스 팩플의 'AI 임팩트' 시리즈

◇ 팩플 오리지널
① 우영우 돕는 준호씨 사라진다…AI, 우군이야 적군이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7928

② “AI가 법률자문료 확 낮췄다, 하위 50% 변호사는 힘들 것”(김앤장&리걸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8848

③ “브루노마스의 하입보이요”…음악산업 뒤흔든 AI 임팩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4263

④ AI가 없애는 게, 노가다 맞아? 웹툰 작가들은 뭔가 찜찜하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2591

⑤ NPC들끼리 뒷담화한다…AI가 게임 만나자 벌어진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6216

⑥ 영어학원 안 가도 된다고?…‘공짜쌤’ 챗GPT 믿어도 될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5705 

◇ 팩플 인터뷰  
①“서울 지하철 보라, 엄청나다”… AI 구루가 찾은 ‘한국의 무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3223

② 얀 르쿤 “AI가 인류 멸종시킨다고? 천만에, 완벽한 대안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7926”

③ “MS·바이두 싫다면 우리뿐” 네이버의 초거대AI 자신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6280

④ “구글보다 3배 정확한 비결은”…맥락에 강한 AI 번역 ‘딥엘’ 인터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4493

⑤ 4만 원이면 ‘AI 용병’ 만들어준다…몸값 49조 데이터브릭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6842

⑥ 챗GPT 전쟁터서 살아남기…韓스타트업 뤼튼 ‘발칙한 도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9895

⑦ “세탁기 걷어차야 고쳐진다”…AI 헛소리 잡겠다는 ‘벡타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1484

⑧ AI 모델 40만개 공개했다, 개발자 200만명 홀린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9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