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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재정자립도 1% 늘면, 폭우 등 피해액 1.6%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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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폭우 피해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기후 재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1% 증가하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비용이 1.6%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후적으로 피해 복구에 비용을 쏟아붓기보다 미리 기후 재정을 투입해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 재정이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하천 정비, 빗물 저류조 설치 등의 모든 자금 지원을 의미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18일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 연구팀에 따르면 2060년까지의 강수량 예측치를 토대로 한국의 경제적 피해 비용을 추정한 결과 연간 최대 피해 규모가 26조4000억원(209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치의 1.03%에 해당하는 액수라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물적 피해 규모가 6조원이었는데 앞으로 그 4배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한 해에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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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01~2012년까지의 16개 시도별 강수량과 불투수층 면적, 하천 연장 길이, 재정자립도 등을 토대로 향후 경제적 피해 규모를 추정했다. 그 결과 연간 강수량이 1% 증가하면 경제적 피해 비용은 무려 4.5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건 재정자립도와의 연관성이다. 지방 재정이 튼튼할수록 피해도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가장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강원·인천·서울·경기 순이었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강원·전북·전남·충북이었다. 수도권은 재정 상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좋기 때문에 더 많은 비가 오더라도 피해가 덜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고 연평균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일수록 자연재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본 강원도는 앞으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피해가 클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피해 규모는 지역내총생산(GRDP)의 14.17%였는데 앞으로도 최대 피해 규모 예상치가 GRDP의 8.51%에 달했다. 전북은 최대 피해액이 GRDP의 7.65%였는데 이는 태풍 루사 때(전북 GRDP의 2.01%)의 3.8배다. 반대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1% 증가하면 피해 비용이 1.59% 감소했다. 국내에서 지역별 기상 자료를 이용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비용을 추정하고 예측한 건 이 연구가 최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93%는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물 관련 재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자연재해로 3조7000억원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 중 3조4000억원이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였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자체가 각 지역 상황에 맞게 기후 재정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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