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에 지뢰가…" 젤렌스키, 대반격 더딘 이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달 초 시작한 러시아를 겨냥한 대반격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약 보름 동안 동남부 전선인 자포리자와 도네츠크 지역에서 8개 마을을 되찾은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전장에서의 진전이 원하는 것보다 느리다"면서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당장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20만㎢(한반도 면적 약 22만㎢)에 걸쳐 지뢰를 깔아놓은 탓에 진격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 위태로운 것은 사람들의 목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군사 지원을 한껏 받고 이뤄진 대반격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러시아에 동남부 일부가 점령당한 채로 동결 분쟁이 될 수도 있다. 동결 분쟁이란 군사적 대치 상황이 지속하지만 교전은 중단된 상태를 말한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격이 얼마나 진전되든 간에 우리는 동결 분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것(동결 분쟁)은 결국 전쟁이고 우크라이나에 가망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북쪽에 위치한 벨라루스에 러시아 핵무기를 배치해 핵 위협을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푸틴)는 핵무기 활용을 언급하지만, (실제로) 사용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또 자기 목숨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21세기에 이웃과 전면전을 벌인 사람으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 로시야1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큰 손실로 인해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잠잠해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손실을 보고 있고 결과적으로 전투력을 상실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우크라이나 공세 역량이 소진된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도 반격에 가망이 없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이날 사관학교 졸업생과 만남에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 배치를 예고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임무는 러시아 군사 안보와 세계 안정을 보장하는 3대 핵전력을 증강하는 것"이라며 "첫 번째 사르마트 발사대가 가까운 장래에 임무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마트는 10여 개의 메가톤급 핵탄두를 장착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을 무력화할 수 있는 사거리 9656㎞의 초대형 차세대 ICBM이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