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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공포, FRB 주가 반토막 났다…"SVB처럼 팔자" 주장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은행 위기 여진이 미 금융시장을 다시 흔들었다.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의 주식이 하루 새 반 토막 나서다. 이 영향에 전체 주식 시장도 급락했다. FRB가 만약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파산한다면, 비슷한 규모의 다른 중소은행으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어 우려가 커진다.

하루 새 주가 반 토막…고점 대비 95% 빠진 FRB

퍼스트리퍼블릭. EPA=연합뉴스

퍼스트리퍼블릭. 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FRB 주식은 전 거래일 대비 49.4% 급락한, 8.1달러에 거래됐다. 한때 150달러 이상에서 거래됐던 FRB 주식은 SVB 사태 이후 10달러 중반까지 폭락했었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거기서도 다시 반 토막 났다. 과거 고점과 비교하면, 95% 이상 주가가 내렸다. 사실상 파산 위기까지 내몰린 것이다.

FRB 주가가 급락한 것은 전날 공개한 1분기 실적보고서 때문이다. FRB는 실적보고서에서 1분기 예금 보유액이 1045억 달러(약 140조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분기(1766억 달러)와 비교해 약 40.8%(721억 달러) 감소한 액수다. 시장이 예상했던 예금 보유액(1450억 달러)보다도 훨씬 밑돌았다.

특히 1분기 예금보유액은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 11곳이 FRB를 지원하고자 예치한 300억 달러(약 40조원)를 포함한 액수다. 대형은행 지원금을 빼면 예금 유출액 규모는 10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컸다. SVB처럼 언제든 뱅크런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까지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FRB, SVB처럼 매각해야”

주가가 폭락하면서, FRB를 SVB처럼 아예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RB 상황을 보고받은 사람들은 은행 전체 또는 일부 매각 같은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FRB에 300억 달러를 예치한 미국 대형은행이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처럼 은행을 장악하고 모든 예금에 대한 정부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도 주요 옵션으로 언급된다”고 했다.

제2의 SVB가 될 수 있다고 지목받았던, FRB가 다시 흔들리자 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58% 하락했다. 나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1.98% 급락해 장을 마쳤다. FRB로 은행 위기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위험 자산 선호가 줄어든 영향이다. 반대로 안전 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달러지수는 같은 날 0.51% 상승했다.

높아진 예금금리…중소은행 경영악화 부를 수도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예금 이탈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은행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금 이탈까진 막더라도, 이를 위해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면 경영 상황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특히 자본력의 약한 중소은행은 대형은행보다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을 견디기 힘들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 미국 내 전체 상업은행의 예금 규모는 약 17조4300억 달러로, SVB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1일 대비 2369억 달러 감소했다. 특히 중소은행의 예금은 같은 기간 1833억 달러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은행은 460억 달러 예금이 늘었다. 대안 투자처로 떠오른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총자산 규모도 이 기간 4조8900억 달러에서 5조2500억 달러로 약 3600억 달러 늘었다.

다만 최근 FRB 문제가 다른 은행으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FRB 경영 상황에 한정된 위기이지 다른 전체 중소은행의 문제는 아니라서다. 실제 비슷한 위기설을 겪었던 팩웨스트 뱅코프는 오히려 최근 예금이 유입이 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이날 전체 주가지수는 급락했지만 ‘KBW 지역은행지수’는 3.9% 하락에 그치는 등 비교적 동요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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