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국가 헝가리 총리, 美를 적국 규정"…문서유출 여진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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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서방과 대립각을 세워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미국을 '적대국'으로 지목한 사실이 최근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을 통해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서방과 대립각을 세워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사진)가 미국을 '적대국'으로 지목한 사실이 기밀 문건을 통해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AP=연합뉴스

문제의 문건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3월 2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문건에는 오르반 총리가 2월 22일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극우 보수 여당 '피데스'의 정치전략 회의에서 미국을 주요 적국으로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정보 출처는 미국 대사관으로 표기돼 있었으며 "(헝가리 여당 내에서) 미국에 적대적인 수사(레토릭)의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도 들어있었다고 WSJ가 전했다.

WSJ는 "미국 정부가 헝가리 집권 여당의 회의를 감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오르반 총리 측은 논평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WSJ는 덧붙였다.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는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서방의 러시아 제재 등에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날도 페테르 시이아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러시아를 방문해 새로운 에너지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헝가리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헝가리는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과도 최근 수년간 밀착해왔다. 헝가리는 2015년 유럽연합(EU) 중에 처음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 양해각서에 서명했고,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중국 화웨이의 공급센터를 유치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가 헝가리에 70억 유로(약 10조원) 배터리 공장건설을 발표했다. EU 국가 중 최초로 중국 대학(상하이 푸단대) 캠퍼스도 헝가리에 들어설 전망이다.

빅토르 오르반(오른쪽) 헝가리 총리가 2월 1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접견했다. EPA=연합뉴스

“나토국 특수부대원들 우크라서 활약 중”

한편 나토 회원국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이 유출된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에서 드러났다고 BBC와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2~3월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내 미국/나토 특수작전부대'(US/NATO SOF in UKR)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영국(50명)·라트비아(17명)·프랑스(15명)·미국(14명)·네덜란드(1명)등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서방 국가 특수부대원(97명) 숫자가 명시됐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트위터에서 "문건 내용이 심각한 수준의 부정확성을 보인다"며 일축했다.

미국 정부가 문건 유출 의혹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가운데 유출자와 유출 규모, 경위, 국가안보상 피해 등을 확인하는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CNN이 보도했다. 현재 미국 법무부와 국방부,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이 전방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CNN은 "기밀 문건이 처음 유포된 경로가 게임 채팅이어서 국방부 관리의 자녀가 유포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고 전했다.